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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비싸고 맛있는 밥? 내 몸에 맞는 밥!

먹는 만큼 중요한 소화
음식 따라 신체에 영향

동물성 지방 과다 섭취
주된 대장암 발병 원인

섬유질.수분 풍부한 식단
대장 건강, 쾌변에 유익

외식보다는 집 밥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업종 가운데 하나는 요식업이고 가게는 식당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많은 경우 식당을 찾는 이유는 오로지 음식을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저녁이나 같이하자'라는 말은 '이야기나 하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리만큼 식사는 같이 모여서 대화하며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의례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상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도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생활이 너무 바쁘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여유조차 거의 사라졌고, 주위 식당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에 의존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의 병원에서 30에서 65세 사이의 직장인 수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사람들은 1주일에 17회의 식사를 하고 이 중 7회를 식당에서 사 먹는다고 했다. 샐러리맨의 경우에는 1주 9회 이상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실정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생활이 풍족해져서 그야말로 먹는 문화가 발전해 좋은 세상이 된 듯하나, 자신의 건강에 이롭게 준비되고 요리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게 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음식점에서 사 먹는 음식이 이롭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디서 먹든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마련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성심껏 그리고 개별적으로 마련된 자신에게 알맞은 식단을 자신의 집 말고 또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내면에 충실한 밥상

우리는 음식을 대할 때 입에만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럴듯해 보이고 맛있으면 되지 일일이 단백질.탄수화물.지방.섬유질.미네랄.비타민의 함유량, 칼로리 등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입으로 들어갈 때가 중요하지, 음식물이 위와 장을 거쳐 어떻게 소화되는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서 소화 과정이 끝난 후 어떠한 물질이 배설되어 나오는가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마치 눈에 쉽게 띄는 입에는 치장도 하며 극진한 대접을 하는 반면, 힘든 일 하는 항문은 푸대접(?)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입에서 시작해서 항문으로 끝나는 식도.위.장 기관은 외부에서 또 다른 외부를 이어 놓은 기다란 터널과도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체 안에 위치한 하나의 외부인 것이다. 간.담도계.췌장은 물론 혈관, 신경 조직 등 여러 기관이 이 터널과 연관되어 세밀한 조직망을 이루고 소화 기능을 돕고 있다. 섭취한 음식물이 이 터널을 지나면서 어떻게 소화, 대사되어 우리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는 무엇이 배설되어 나오느냐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변의 농도와 질은 섭취하는 음식물과 소화 흡수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한 예로, 보통 1일 배변 양은 200그램 정도이지만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배변 양은 500그램 이상 된다.

이렇게 소화 기관은 외부 환경과 음식물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섭취함으로 인해 소화기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생활이 변함에 따라 한국인들 사이에도 대장 질환은 급격히 증가해 왔다. 대표적인 대장 질환으로는 대장암을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발병률이 급증해 남성의 경우 2위 그리고 여성의 경우 3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5명으로184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다. 대장암의 발병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 요인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음식물을 손꼽는데, 섬유질의 부족과 동물성 지방분의 과다 섭취가 그것이다. 비교적 고소득 계층이 거주한다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종합 병원에서, 2000년도 초에 등록된 암 질환을 보면 그 당시 벌써 대장암이 위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암 질환이었다. 과연 우리가 잘 산다고 제대로 먹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많은 암 질환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대장암은 식이 요법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섬유질이 어떻게 대장의 건강에 이롭고 어떻게 소화 기관을 보호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다. 대체적으로 육식을 많이 하게 되면 음식이 소화되어 위와 장을 지나가는 주행 시간이 길고 배변 양은 적은 반면, 섬유질의 농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배변을 배설시킨다. 이로 인해 섬유질은 해로운 물질과 대장 점막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며 음식에 함유되어 있을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기도 한다. 또한 대장에서 대사한 섬유질의 일부는 연동운동과 점액분비를 원활하게 하여 쾌변을 돕고, 대장 점막의 보호 기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즉, 증가 일로에 있는 대장 질환에 대비한 가장 우선적인 예방 대책은 육식과 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한편, 곡류와 야채, 과일 등의 섬유질과 수분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다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가지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배설되어 나오는 물질도 꽤 근사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을 겪는 우리의 항문에도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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