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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암초인 북·미 협상, 한국이 교집합 도출해야

한반도 운명의 향배

한국이 한반도 평화 이끌려면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한
최소한의 입장 표명하게 해야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 위해
북·미 정상회담 성사돼야 하지만
실무 협상이 계속 지지부진하면
조속한 정상회담 무산 가능


한국은 이에 대해 대비해야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새해가 떠올랐다. 어느 한순간인들 한반도 안보에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올해야말로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시계(視界)에 따라 우리의 운명과 국운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조성된 지난해의 외교적 협상 국면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일이다. 우리 정부와 북한·미국이 함께 끌어온 평화 모드와 대화국면은 역사적이었고 의미 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과 미국의 기대치 사이에는 적잖은 간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미 양국은 스스로 취한 행동과 노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했고 대규모 야외 동원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잠정 혹은 무기한 중지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북한의 경우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예고하고 있으며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한국전 당시 미군 유해의 본국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북한과 미국의 행동 사이에는 소위 '등가성의 원칙'이 작동하는 것일까? 한쪽이 더 많이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힘주어 강조했지만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다음 수순을 미국 측에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에는 논쟁적인 대목이 있다.

2019년 한반도 안보 상황을 결정지을 현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개 변수로 구성된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과연 완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핵 개발이 생존'이라고 믿었던 지난 수십년간의 논리가 '비핵화가 생존'이라는 논리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00개의 크고 작은 장마당 500만대에 육박하는 휴대전화 경제 건설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제재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통 등은 분명히 현시점에서 북한의 '국가성'을 변화시키는 충분조건들로 보인다. 하지만 분단 구조의 특성상 북한의 국가성 변화는 동시에 외부 세계의 책임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외부 세계의 전략적이고 지혜로운 관여정책이 수반되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에도 북한 문제를 미국 외교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협상 동력을 이어갈 것인가? 지금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 메인 그룹에 안착하는 등 승리를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공격 그리고 공화당 중도세력과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물론 미 의회 지도자들 사이에는 과도한 '정쟁(政爭)'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소위 '소환 권력(subpoena power)'으로 알려진 하원의 특성상 행정부의 대북 협상 과정을 보다 꼼꼼하게 점검할 것이 자명하다. 지금처럼 '탑-다운' 딜(Deal)이 실무진 간 협상으로 잘 전환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물 건너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셋째 미.중 갈등의 심화는 북한 문제 해결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것이 어떤 형태로든 북·미 관계 진전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6월 19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중국 방문이 성사되면서 이러한 의구심은 더욱 깊어졌었다. 중국은 북·미 관계의 개선을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전역에 걸친 미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만약 중국이 '핵이 없고 미국과 우호적인 북한'과 '핵이 있고 미국과 적대적인 북한'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절대 만만치가 않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이 깊어질수록 미.중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고 결국 한반도는 국제정치의 복잡한 '체스판'이 될 것이다. 사람·조직·돈 국제적 지위 심지어 영토에 이르기까지 외교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우리보다 몇십 배는 되는 나라들과의 체스판에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지혜와 노력 역시 매우 중요한 변수의 한 축이다.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백 번 동의한다. 단 그러한 문제의식은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질 때 국내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공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더욱 강조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도출해야 할 해법의 핵심은 북한이 원하는 바와 미국이 원하는 바 사이에서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보다 성의 있는 조처를 해야 하고 동시에 미국은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한 최소한의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한반도 체스판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외교의 자율성은 위축되기 십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열려야만 한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격언이지만 '평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껏 핵 보유가 생존이라고 믿었던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가 생존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손쉬울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다. 그 지난(至難)한 프로세스의 중심에서 우리는 반드시 '한반도 체스판'의 숙명을 극복해야만 한다.


박인휘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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