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현철수 속병클리닉] 깐깐한 환자가 명의를 만든다

의사의 풍부한 지식.기술이 얼마나 잘 전달되는 게 관건
접근성.정확.친근함 갖춘 의사 환자와 열린 대화, 협력으로 정확한 진료, 최상 결과 얻어

우리들에게 의사와 병원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은 불친절하고 의사는 너무 권위적이다"라고 불평한다. 의료 서비스도 일종의 서비스인데 왜 백화점이나 호텔같이 좋은 서비스를 못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병원을 호텔과 백화점에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의료야말로 최상의 서비스라고 하는 말에는 틀림이 없다. 의료 서비스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안에서 얻어질 수 있는 무형적인, 그래서 어떤 객관적인 값을 매기기 힘든 매우 까다로운 서비스이다.

병원을 찾는 일은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으로 의사와 병원을 찾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병원에 갔으면서도 자신의 문제점을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는 현대 의학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의료란 의학 지식이 많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남달리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풍부한 지식과 기술이 얼마나 환자에게 잘 전달되느냐가 임상의 성공을 좌우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 전달 과정은 의료진이 잘한다고 해서 꼭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진료를 받는 환자 자신의 책임 또한 크다. 다시 말해 투수가 공을 아무리 잘 던져도 포수가 받지 못하면 일이 성사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성공적인 임상 서비스는 상호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팀워크가 잘 짜여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의견을 중시할 줄 알아야 하며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진료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이 섬세하고 자상하여 자칫 민감할 수 있는 환자들의 마음 상태를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환자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알고 의료진에 협조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원만한 의사소통과 이해가 성립되며, 이상적인 진료 결과가 이에 뒤따를 것이다.





좋은 의사의 세 가지 조건

평소 몸이 아프거나 어떤 의료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신임할 수 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임이란 의사의 구체적인 경력이나 의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통할 수 있는 일종의 믿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렇게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떠한 구체적이거나 합리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는 것을 본다. 한 가지 예로 우리 한국인들에게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관계는 살아가는 데 대단히 귀중한 잣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같은 고향 사람, 학교 동창, 친척의 선배, 친한 사이 등으로 인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책임질 의사를 선택하는 것은 그리 신중하지 못한 일일 수 있다. 의사를 찾아갈 때는 의사에게 상담 및 진료를 받고, 나아가서는 질병을 고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의사의 학력, 경력 등 중요한 객관적 요소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의료진을 찾을 때는 보다 객관적인 입장이 될 필요가 있다.

꾸준한 상담의 중요성=처음 만난 의사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있다면, 그 의사에게 검진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을 고려해 봄 직하다. 몸이 계속 불편한 환자를 재진하는 의사의 입장은 초진 때와는 다를 것이며, 과거에 검진한 내용을 배경으로 좀 더 세심하게 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의와 재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과거의 검진 기록을 꼭 지참해 가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의사에게 찾아가, "이제까지 다른 곳에서 검사한 것은 없는 일로 하고 검진을 다시 새로 해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다. 이것은 그 환자가 과거의 검사 기록과, 초진에서 의사가 보고 느낀 임상적 인상이 진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상 진료는 꾸준하고 세심한 관찰을 통해서만 성공리에 이루어진다. 임상 진료가 어떠한 움직이는 '동작'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동작을 사진으로 한두 장 찍어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여러 번 그 전후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여 묶은 다음에야 비로소 동작 자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임상 진료도 마찬가지이다. 몸에 난 조그만 종기 하나를 볼 때도 그 사람의 병력과 현재 그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문제점들을 고려하면서 봐야 하는 것이 올바른 임상이다.

양의(良醫)의 조건=좋은 의사란 '세 가지 A'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첫 번째 A는 용이함(Available), 두 번째 A는 정확함(Accurate), 세 번째 A는 친근함(Affable)이다.

우선 우리가 어려움 없이 의사와 접촉할 수 있는 용이함이 필요하다.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의사가 환자의 문제점을 풀어 주는 데 필요한 가장 중대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또 이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지시하고, 환자를 다른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할 상황이면 서슴지 말고 최대한으로 적합한 의료진을 찾아 주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또한 진료 과정에서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친근함을 주어야 할 것이다. 환자와 의사라는 딱딱한(?)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꼭 필요한 물씬한 인간 냄새를 풍겨야 한다. 이때 비로소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는 열린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의사를 신뢰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양의는 환자가 만든다=이러한 '세 가지 A'의 조건은 의사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야 한다. 훌륭한 의사는 환자가 만들어 낸다는 말이 좀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큼 환자와 의사와의 협력 관계는 최상의 진료를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가 의사와 상담을 하거나 진료를 받을 때 의사에게 받는 조언과 요구 사항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따라 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훨씬 이상적인 임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