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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후회 없는 인생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세월과 시간을 뒤돌아보며 "그땐 왜 그랬지?" "그땐 참 좋았지" "그땐 참 힘들었지" "그땐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라고 말한다. 추억은 마음의 사진이라고 한다. 이것저것 사진들을 펼쳐보면 '후회'라는 두 글자가 마음에 꽂힌다. "그때 그랬으면 좋았을 걸"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마음을 휘젓는다.

시간과 세월 속에 남는 것은 후회뿐인가. 우리 어머니는 외동딸이었기 때문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외할머니는 평양에 사셨는데 딸 집에 방문 오셨다가 38선이 막히는 바람에 딸의 집에서 같이 사시면서 우리 5남매를 모두 키워주셨다.

우리 아버지는 장모님께 살뜰하지도 않고 달가워하지도 않은 사위로 기억된다. 나는 그것이 항상 마음 아팠다. 이 다음에 커서 직장 생활하면 할머니하고 둘이 나가 살면서 할머니를 편하게 모시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러지 못하고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임종하시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봤다. 아마 좀더 잘해 드릴 걸 하는 후회의 눈물일 것이다.

나도 이제 증조 할머니가 되고 보니 할머니의 극진하신 사랑의 마음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6.25 때 부산으로 피란 가서 직장에서 조금 받은 첫 월급으로 할머니에게 은비녀를 사드렸다. 먹을 것도 귀한 피란살이에 은비녀라니. 지금 생각해도 내가 배짱 큰 처녀였나보다.



이제는 친구 남편들도 하나하나 이별이다. 한 친구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종종 커피 마시러 나가자고 했는데, 그때 안 나간 것이 후회된다고 한다.

우리 남편은 나가기를 좋아한다. 오늘도 코스트코에 가서 개스 넣고 피자도 먹고 오잔다.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화장도 해야 하는데 귀찮아진다. 하지만 친구의 말이 내 귀를 두드린다.

"바람이나 쏘이러 갑시다"하니 남편이 "웬일이야" 하며 함박웃음이다. 하지 않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즐겁고 감사하며 살련다.


수지 강 / 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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