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교회와 공공성] '빤스 목사'에 대한 소고

온갖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공과 사의 구별'이 쉽지 않다. 페이스북에 작성한 사적인 글들은 결코 사적인 이야기로만 취급되지 않는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그 사생활을 연예인의 공적 활동이 되게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센스가 있는 인간이라면, 공적인 영역에서 '빤스(외래어 표기·팬츠)'를 입고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물론 빤스를 입고 돌아다니거나 바바리에 빤스를 입지않고 돌아다니는 변태 인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빤스만큼 공과 사의 구분을 철저하게 알려주는 리트머스지도 없다.

'빤스'로 대변되는 공과 사의 구분을 송두리째 뒤틀면서 등장한 목사가 있다. 자신의 신도 구분법으로 여신도가 빤스를 벗어줄 수 있는가의 여부를 제시했다고 한다. 사적인 영역의 최후 보루인 빤스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공적인 담론의 현장으로 이끌어낸 것에 수치를 느끼는 것도 없이, 정치적 지향점이 너무나 명확한 공적 집회에서 헌금을 걷어 빈축을 사기도 하였다. 심지어, 세상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자신과의 사적인 관계(하나님 너 죽어! 라는 말도 가능한 정도의 사이) 때문에, 본인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도록, 본인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신다고 공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빤스 목사의 추종자들은 아무리 태극기나 가스통을 흔들어도 무관심했던 언론들이 빤스 목사의 말씀에 공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제공하면서, 그동안 공적인 담론의 현장에서 소외된 자신들을 대변하는 예언자로 여긴다.

빤스 목사를 목회 직에서 공식적으로 제명한 기독교계에선 때아닌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공적인 지지 선언이 봇물을 이룬다. 더 나아가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정치적 조언을 한다. 심지어 세계 최강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언론(뉴욕 타임즈나 이코노미스트)에 보도되기에 이른다.

어쩌면, 빤스 목사의 말대로 정말 세상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아니면, 우리는 빤스 목사의 기이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빤스 목사를 자칭 본회퍼와 같은 공공신학자의 반열에 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dkim5@calvinseminary.edu


김은득 /목사·칼빈신학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