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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좋던 교회 식구…정치 이야기 나누다 말다툼

[LA중앙일보] 발행 2020/02/04 종교 26면 기사입력 2020/02/03 19:09

종교와 정치
2020년 굵직한 선거 앞둔 한인 사회

온순하고 신앙심 좋은 교인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

목회자들도 정치 발언 조심
발언 수위 놓고 의견도 분분

정치적 양극화 극심한 시대
"차라리 정치 이야기 피하자"


정치와 종교만큼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민감한 소재는 없다. 더욱이 정치와 종교가 동시에 토론 테이블에 오르면 견해가 다를 경우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미주 한인 사회는 한국의 국회의원 재외 선거(4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등 굵직한 선거를 잇달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종교인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과 관련,<본지 1월14일자 A-1면> 교인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존재한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 가운데 교회나 성당 내에서도 아무리 같은 신앙을 공유한다 해도 정치적 견해 차이는 극복이 어렵다. 선거철을 앞두고 교회 내에서의 정치 발언과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 등을 알아봤다.

최근 김용현(가명)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를 두고 구역 모임에서 다른 교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씨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을 극우 기독교인으로 치부하기에 반박했더니 결국 말다툼으로 이어졌다"며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그 이후 정치적 견해 차이로 서먹서먹해졌다"고 토로했다.

한국 정치 이슈도 마찬가지다.

LA지역 목회자 이모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를 두고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일부 교인들이 진보 진영을 모조리 '빨갱이'라며 심하게 비난을 가해서 난처했다"며 "정치적 입장을 떠나 목사로서 너무 불편했고 그 상황에서 잘못 발언하면 또 다른 갈등이 생길까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생겨난 갈등은 신앙도 봉합이 어렵다. 교회 내에서의 정치적 논쟁은 차라리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주장도 많다.

성은영(40·LA)씨는 "평소 온순하게 보이던 사람도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정치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사람들과 정치 대화를 나누는 게 무섭고 한편으론 신앙심도 극심해지는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성직자의 정치적 성향과 발언 등에 대한 교인들의 생각을 조사했다.

미국인 10명 중 8명(76%)은 "선거 기간에 교회나 성직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기독교 교파별로 살펴보면 흑인 개신교인(55%), 복음주의 교인(62%), 가톨릭 교인(76%), 주류 개신교인(77%) 등 대다수의 기독교인은 교회나 성직자의 특정 후보 지지나 정치 관여를 반대했다.

목회자가 정치에 관여했을 경우 생겨나는 논란이나 부작용이 너무 커서일까. 한국의 경우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정부 비판 발언 등을 두고 교계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는 높다.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기독교가 정치 문제에 개입할 분야는 인권, 정의, 평화 이슈 등에 국한돼 있다"며 "교회의 이름으로 한쪽 정당 편을 드는 것은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인 교계에서도 목회자의 정치 발언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ANC온누리교회 담임을 맡고 있던 유진소 목사(현 호산나교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인을 두고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가 파장이 일자 해당 글을 내린 바 있다.

물론 당시에도 찬반 논란이 있었다.

"목회자도 사람이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목소리부터 "목회자로서 경솔한 글이었다"는 주장까지 목소리는 다양했다.

UCLA 유헌성 연구원(사회학)은 "이민교회는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교회 내에서 종교적인 대화뿐 아니라 다양한 이슈가 오고 갈 것"이라며 "특히 한인 이민자에게 한국은 '모국' 미국은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양국의 정치적 사안에 민감하고 그렇다 보니 정치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데 그에 따른 건전한 논쟁과 이해를 위한 인식 역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의 정치적 발언 논란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이슈는 교회와 국가가 분리돼야 한다는 '정교 분리'의 원칙이다.

이와 관련 하은교회 정윤영 목사는 "정교분리라는 말을 사용해서 마치 정치와 교회가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성경에서) 사무엘 선지자를 보면 사울이 잘못할 때 심하게 책망했는데 이는 영적 지도자로서 역할을 오히려 바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의 '정치 발언' 수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목회자의 정치적 발언과 주장은 필요하지만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합동신학대학원 이승구 교수는 "기독교인이 사회 각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주장하는 방식은 참으로 지혜로워야 하고 사랑이 넘쳐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이 기득권을 주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 타종교 혹은 무종교의 사람들은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인의 정치 활동과 관련, ▶자신 또는 기독교의 유익 추구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위해 타인을 위한' 참여 인식을 가질 것 ▶사랑을 실천하도록 한 예수의 뜻에 부합하는 행위로 나타나야 할 것 ▶세상 사람들을 위해 일반적인 용어로 풀어서 설명할 것 ▶정치가 그 자체로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인식할 것 ▶더 많은 사람의 진정한 유익을 위해 어떤 것이 덜 악한 것인지 생각하고 선택할 것 ▶교회와 지도자들이 그 선택을 대신하기보다 성경적 원칙에 근거해 기독교인이 양심에 따라 선택하도록 도울 것 등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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