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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일 없는 사람' 언제나 존다

“아버지 주님은 우리가 잠을 자는 것을 좋아 하신다”

한생을 오롯이 인류애를 위해 헌신하여, 생전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로, ‘살아 있는 성녀’로 추앙받은 테레사 수녀의 말씀이다.

프란치스코 현 가톨릭 교황도 “기도할 때 가끔 잠에 빠진다”며, “과거 성인들도 기도 중에 잠을 잤다”고 언급하신 바 있다.

성인도 생리적 현상은 피할 수 없으며, 순응하는 것이 허물이 아님을 드러낸 단순한 언명일까.



초기 불교에서 수행자의 최고위상은 ‘열반’이다.

열반(니르바나)은 범어 nir(끄다)와 vana(불다)의 합성어로 훅! ‘불어서 끄다.’라는 뜻이다. 만 가지 번뇌의 종자인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三毒心)의 불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 그로써 성취한 적멸, 즉 ‘절대평온’의 경지를 말한다.

절대 평온의 철학적 표현은 ‘궁극적 이완(the ultimate relaxation)’이며, 문학적으로는 ‘그지없는 한가로움’이라 푼다.

그 한가로움은 그저 ‘바쁘지 않은 여유’가 아니다. 열반을 위해 피나는 수행 이후에나 오는 넉넉함이며, 역동적 생명력이 잠재된 한가로움이다. 번뇌 망상의 구속이나 노예에서 해방된 흔들림 없는 대자유인의 한가로움이다.

“별일 없제? 그래, 중은 별 일 없어야 부처된다.”

얼마 전 입적하신 불세출의 시조(한글)시인이시며 설악산 호랑이로 알려진 오현 스님이, 포행 중 만나는 스님에게 자주 건넨 인사말이다.

그지없이 한가로운 사람을 무사지인(無事之人) ‘일 없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좋은 옷에도 맛있는 밥에도 연연(집착)하지 않아 '종일 옷을 입고 있어도 한 올의 실도 걸치지 아니했고, 밥을 먹어도 한 낱 쌀을 씹은 것이 아닌’(경허선사) 그래서 ‘함이 없는 함’ 그 무위의 경지에 이른 사람. 걸림이 없어(무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없는 사람’

괜스레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늘여 주어도,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 주어도 괴로움과 아픔이 따를 것’(장자 ‘변무편’)이기에,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성취한 사람.

영원한 진리와 절대가치, 그 초월적 숭고함을 찾아 떠난 구도의 길에서, 온갖 번민과 욕망을 극복하고 이제, 버릴 일도 지을 일도 없어져 할 일 없는 사람. 해야 할 일대사를 다 해 마쳐, 일 없는 것이 일인 사람. 그를 일러 무사지인이라 칭한다.

할일이 없어져 ‘그지없이 한가롭다’보면 졸일밖에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한말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선사는 이렇게 읊었다.

“머리를 떨구고 언제나 존다/ 조는 일 말고 다른 일이 내겐 없다./ 조는 일 말고 내겐 없기에/ 머리를 떨구고 언제나 존다.”(‘우연히 읊다’)

musagusa@naver.com


박재욱 법사 / 나란다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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