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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고독’이라는 병

저녁 산책 길에 같은 아파트에서 알고 지내는 형님을 만났다. 간병인 아줌마와 같이 외출을 하는 중인데 내가 인사를 해도 못 알아 본다. 치매가 더 심해진 것 같다.

형님은 금년에 90세이다. 일찍이 일본에 유학가서 공부도 했고 한국에서 회사에 다니며 결혼해 자녀도 낳았다. 미국엔 40여년 전에 왔다. 그동안 성실하게 옷가게를 경영해 네 자녀를 잘 교육시켰다.

내가 10년 전에 처음 봤을 때는 형수님이 몇년째 중병을 앓아 형님이 휠체어를 밀고 다니셨다. 그런데 5년 전 어느 날엔가 안 보여 병원에 입원하셨냐고 물었더니 10년 간병도 보람 없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내의 묘지에 매일 꽃을 갖고 찾아간다고 했다. 너무도 지극한 아내 사랑에 감복해 형님을 따라 묘소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이 같이 착하고 좋은 분에게 이번에는 치매가 찾아온 것이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 자식들 잘 키워 결혼시키고, 10년이나 부인 간병을 하느라 고생만 했는데 하늘도 무심하다.



그런데 간병인 아줌마가 형님이 나이 들고 혼자서 사는 게 너무 외로워서 치매가 생긴 것같다고 한다. 사실 형수님 돌아 가신 후 TV가 안 나온다고 해서 집에 가본 적이 있는데 몇년 전 돌아가신 분의 옷은 물론 휠체어, 좌변기 등을 그대로 보관하고 계셨다. 가신 분의 물건은 버리라고 했더니 화를 내셨다.

과거에 대한 집착도 병인 것 같다. 기분도 전환하고 건강도 챙기도록 골프를 권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이고 한동안 잘 지내셨다. 그런데 언젠가는 자동차 운전이 힘들어 골프도 그만 두고 등산을 다니셨다. 등산도 산에 갔다가 한 두번 넘어진 후에는 가지 않았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고독은 가장 큰 병이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결국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외로움을 이겨내지는 못한 것 같다. 형님을 보면서 다시금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김영훈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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