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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잊혀진 사람들

이번 주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보도되는 기사를 많이 읽었다. 그중 미네소타주에서 18~21세 청춘의 나이로 알지도 못하는 지구 귀퉁이 나라의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스토리를 보았다. 그들 중 몇 분은 어언 90세가 넘어 생존해 계셨다. 참전 용사 중에는 전쟁에 나갔다가 고향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미처 피지 못한 채 숨져간 한 맺힌 젊은이들도 있다. “잊히고 싶지 않아요”라는 글귀에서 희생당한 슬픔이 전해진다. 아니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뻥 뚫린 군인의 모습으로 서 있는 동상의 사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전사자의 영혼을 표출한 동상 앞에 머리를 숙인다.

한국 현충일에 어김없이 엄마랑 가는 곳이 있었다. 그날이 오면 엄마는 정성껏 음식과 꽃을 준비하셨다. 19살 고등학생 신분의 학도병으로 징집된 외삼촌의 묘였다. 강원도 정선에서 남하하는 중공군에게 포로가 되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시신도 없는 빈 무덤 앞에서 이름이 새겨진 묘비를 붙잡고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젊고 뜨거운 희생의 피로 대한민국이 평화와 번영을 이루었음에 감사드린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잊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실감 나는 요즈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어머니 또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취소되는 모임을 통해 소홀해지는 사람과의 관계가 두렵다. 어머니가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하듯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이해와 용서’ ‘나눔과 베풂’ 등 중요한 요소를 잊지 않을 것이다.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과 잊지 않을 기억은 영원히 살아있다. 잊을 수 없는 내 삶의 자양분이 되어.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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