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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인종 차별

나는 50년 전에 미국에 처음 와 보았다. 다니던 전자회사에서 출장을 보낸 것이다.

곤혹을 치른 일 중의 하나는 공중전화였다. 동전을 넣고 전화를 하는데 동전을 더 넣으라는 음성이 나왔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동전이 없다. 나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끌고 사람을 찾아 나섰다. 땀을 뻘뻘 흘리고 동전을 구해 다시 전화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회사 직원들은 한 번도 나를 한국음식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때는 한국음식점이 미국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메인주에 있는 포틀랜드에 갔을 때는 회사 직원이 바닷가재를 사주었다. 그때 처음 먹어봤다. 어두일미라는 말이 생각나서 바닷가재의 눈알도 파먹었다. 회사 직원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기차도 타 보았다. 당시 미국 기차의 좌석은 승객이 서로 마주 앉게끔 배치돼 있었다. 내 앞에 젊은 백인여자와 그녀의 어린 아들이 앉아 있었다. 머리가 노랗고 눈이 파란 어린 아이는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옐로(yellow)’라고 불렀다. 아이의 엄마는 황급히 아이를 말린 다음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때는 옐로가 동양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한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주차장에 갔다. 젊은 백인여자가 있길래 ‘굿모닝’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노’라고 크게 소리쳤다. 나는 당시 미국의 일부 백인들이 유색인종을 차별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 미국에 이민 와서 40년을 살고 있다. 그리고 백인들의 유색인종 차별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몰랐던 그 시절이 그립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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