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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부채의 추억

맑디맑은 달이 유난히 밝았는데 오늘 낮이 100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직은 집안까지 달아오르지 않아 지낼 만하다. 하얀 사기 항아리에 꽂혀 있는 부채, 우리 이민 역사 40년을 함께한 태극선이 말을 걸어온다. 모른 채 그만하고 같이 어울립시다 라고.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게 하는 기구로 부채는 여름 나기에 꼭 있어야 했다. 더위를 식히는 전통적 방법으로 쓰이는 부채는 부엌 아궁이나 다리미 숯불을 피워 주기도 하고 우리 삶의 풍류를 멋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뜨거운 한낮에 마루에 걸터앉을 때 잔등에 부쳐주는 부채질, 수줍은 새색시의 얼굴을 가려주는 가리개, 현란하게 움직이는 부채춤, 광한루에 나타난 이 도령의 손 노리개 등등…. 부채는 파리 모기를 쫓아내는 방패로 쓰이기도 하고 느릿한 부채질로 양반의 체통을 지켜주기도 했다. 무당이 부채를 들고 춤추는 것을 본 것도 같다.

요즈음엔 여러 모양새로 맵시를 부려 운치 있는 장식품으로 환영을 받고 있다. 부채는 바람을 ‘부치는 채’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그 옛날에는 큰 나뭇잎을 부채로 썼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대나무 살을 만들고 종이를 발라 가볍고도 튼튼한 부채가 되었으리라 본다. 편편한 단선형(團扇形)을 비롯해 합죽선형(合竹扇形)과 접고 펴는 고려 부채가 중국 명나라와 일본에서까지 큰 환영을 받았다.



재료와 형식에 따라서 종류가 꽤 많아 단오 선물로는 부채가 가장 인기가 높았고 동지 선물로는 책력(冊曆)이 으뜸으로, 베스트셀러 아이템이었다 한다.

바깥 출입이 걱정되는 오늘의 갑갑한 마음에 천천히 부채 바람을 부쳐 본다. 코로나19 풍파가 지나가면 손자를 불러 모아 그 얼굴에 태극선 바람을 한바탕 시원히 부쳐줄까 한다.


문 영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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