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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소각 중단' 계기로 의류업계 재고처리 주목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9/11 15:01

재고 없애기 위한 신개념 점포 가을에 일본에 첫 등장
점포선 판매 않고 '시착만', 구입은 인터넷으로…재고 디자인 바꿔 재판매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영국 고급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팔다 남은 의류의 소각처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재고품 처리가 세계 의류업계의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버리는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재고 상품을 회수해 태워왔다.

BBC 등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들은 팔리지 않은 상품이 도둑맞거나 싸게 팔리는 것을 막고자 회수해 소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버버리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보호를 위해 막대한 양의 재고 의류 등을 소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자원낭비와 함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버리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세계 의류업계가 폐기를 전제로 한 대량생산 모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유명 의류업체에서 의류 30만점을 구입했다"

의류재고처분 사업체인 '쇼이치'사의 야마모토 쇼이치(山本昌一) 사장이 11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털어 놓은 이야기다.

국내외 대형 의류메이커를 중심으로 600여개 업체와 거래하는 이 회사 창고에는 의류와 잡화 등이 든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들인 재고품은 인터넷 통신판매 사이트에 올리거나 자사 점포에서 판매한다.

업체가 요청할 경우 상표를 제거해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게 하기도 한다.

"메이커가 팔고 남은 전체 재고의 몇 % 정도를 사들이는 건 건전한 것"이라는 게 야마모토 사장의 설명이다.

의류업계의 부진 탓인지 연간 사들이는 물건 수가 500만장으로 5년 전에 비해 3배로 늘었다고 한다.

중고의류점을 운영하는 '데저트 스노'(DESERT SNOW)에도 의류 메이커로부터 물건을 사달라는 연락이 거의 매일 온다.

이 회사가 사들이는 가격은 정가의 5% 전후다. 자금 사정이 급한 업체들이 몇년간 쌓인 재고를 한꺼번에 떨이로 파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의류를 태국과 파키스탄 등에 수출하는 또 다른 회사에도 산업폐기물 사업을 하는 회사로부터 월 10t 정도의 구입요청이 온다고 한다.

이 회사의 스즈키 미치오 사장은 "10년 전에는 일본 브랜드 양복은 희소가치도 있고 해서 정가의 20~30%에 사들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업계가 물건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고 처분업자에게 어느 정도의 의류가 흘러가는지, 어느 정도의 양이 폐기처분되는 지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연간 100만t, 의류 1점의 무게를 300g으로 잡으면 30억점 가까운 의류가 폐기처분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경제산업성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국내의 의류 시장은 약 10조엔(약 100조원)으로 1990년에 비해 30% 정도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급은 약 40억점으로 2배로 증가했다.

한 대형 의류업체 간부는 "물건이 달리는 사태를 피하고자 여유있게 생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정한 양의 폐기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신 유행을 반영하면서 가격을 억제한 의류를 짧은 사이클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보급으로 유행이 세분화하고 상품수명이 짧아진 것도 원인이다. 안정된 수량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히트상품을 내기 어렵게 되자 의류메이커들은 아이템 수를 늘려 매출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아울렛 매장에서 할인판매나 사원대상 세일 등을 통해서도 소화하지 못한 상품은 스스로 폐기하거나 외부에 처분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런 관행은 메이커 자신의 목을 조일 수도 있다. 백화점과 쇼핑센터에 물건을 내보내는 의류 메이커는 일반적으로 정상가격 판매비중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는 '싸구려로 팔아 치우거나' 폐기된다고 한다.

판매비용에서 차지하는 할인판매와 폐기로 인한 손실은 30%에 이른다.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16년 매출액 50억엔(약 500억원) 이상 의류 관련 기업 247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2.3%는 적자였다. 불량재고도 증가추세다.

버버리의 예에서 보듯 사회의 감시도 강화되고 있다. 신흥국에서 생산되는 비율이 높은 의류업계는 인권과 환경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런 이미지가 확산하면 브랜드 이미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정량의 폐기를 전제로 한 대량 생산, 대량 판매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캐주얼 의류업체인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날은 백화점용 의류 메이커 온워드홀딩스와 손잡고 올 가을 도쿄도(東京都)내에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내기로 했다.

양사의 양복 제품을 전시, 시착하는 코너로 운영하되 구입은 인터넷 통신판매를 통해서만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점포에 재고가 남지 않도록 한다. 점포에 카메라를 설치해 고객이 선호하는 색상이나 움직임을 파악해 전시 상품 구성이나 진열방식에 활용한다.

폐기되는 상품에 가치를 부가하는 '업 사이클'도 확산하고 있다.

대형 '셀렉트 숍(Select Shop)'인 빔스는 팔다 남은 신품 의류의 목이나 소매 등에 리본을 붙여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업종의 베이크루스도 디자이너 브랜드 '미하라야스히로'에서 팔다 남은 의류를 사들여 디자이너가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하고 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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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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