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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그리움, 그리고 날갯짓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외출 후 소리치며 들어오지만 인기척이나 대답이 없는 빈 집에 들어오는 허전함과 쓸쓸함. 나를 남겨두고 남편 떠난 지가 6년이 넘었다. 성탄절이나 특별한 절기 때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옛날의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어서 운전하며 통곡하기도 여러 번. 내일, 모레, 글피에 내가 만나러 가니까 조금만 참자며 달랜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리움이야 여전하지만 이기는 힘이 커진다. 남편은 1997년 5월 오하이오에서 25년의 목회 후 정년 은퇴, 그해 12월부터 북한 신의주의 고아원 3곳에 식량지원을 1년에 2회씩, 16년 동안 25번을 다녀오셨다. 처음에는 영양실조로 얼굴과 머리에 있던 검은 점들이 점점 없어지고 힘없던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바뀌며 미국에서 온 할아버지를 반기는 아이들도 생겼다. 떠나시기 10개월 전에도(2012년 12월) 밀가루와 약품, 의복 등을 전달했다.

한편, 중국에도 지하교회와 삼자교회 처소장 훈련과 중국인 오지마을과 소도시에 교회건물 18개를 짓게 했다. 늘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라톤선수처럼 쉬임 없이 달려오셨다. 철저한 성격으로 은퇴한 교회에서 원로목사로 추대하며 매달 주는 1400불을 ‘북미선교협의회’ 구좌에 입금하시고 자비량으로 다니며 남은 돈은 양식을 더 사고 중국에 교회도 지어서 바쳤다.

모금한 돈은 북한 식량 지원과 중국선교나 교회건축이나 100% 지원자의 지정된 곳에 사용하셨고 귀국 즉시 선교보고서를 상세히 만들어서 모든 후원자들에게 보냈다. 1년에 7-10만불씩 모금이 됐으니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며 ”나를 믿고 돈을 맡긴 성도들이 고맙지” 하며 늘 감사했고 내가 사심 없이 심부름을 했기에 오랫동안 나를 쓰셨다고 믿어하셨다.



조용히 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신문사 인터뷰도 사양하셨다. 이제 나도 마음과 생각을 바꾸고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선용하기로 하니, 하루는 사위가 “어머니, 요즘 많이 달라지셨어요” 한다. “어떻게 달라졌는데? “명랑해지고 긍정적이세요.” “그래? 고마워. 내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 했다. 떠나시기 직전에 가장 좋은 성경을 주문해서 “할아버지가 믿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써서 손주들에게 전했다. 나도 무언가 남기고 싶어서 결정한 것이 서예였다.

할아버지는 성경을, 할머니는 성경 구절 족자를 써주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처음엔 내게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지만 3년을 하고 나니 올해는 조카들 하고 손주들에게 생일 선물로 족자를 줄 수 있었다. 미국에 사는 애들이라 반듯한 글씨 판본체가 좋을 것 같고, 한글을 잘 모르니 영어도 병행했더니 선생님께서 서예 100여년에 한글과 영어 병행은 처음이라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 나이에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됐지만 인내하니 열매가 있었다.

다시 안 오는 오늘, 날마다 최선을 다하며 외유내강 하길 원하며 잘 물든 단풍처럼, 곱고 밝으며 품위 있고 배려하는 마음과 늘 감사하는 태도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는 아름다운 노년으로 살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언젠가 나를 반갑게 맞아줄 그리운 이들과 밝고 따뜻한 곳에 이사할 수 있다는 희망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를 힘있게 하는 날갯짓의 원동력이다.(슈퍼시니어 윌링 센터 문예반)


김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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