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태종수 칼럼] ‘우물에서 숭늉 찾기’

최근 남북 정상의 만남으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다. 많은 사람이 마치 곧 남북통일이 되는 것처럼 야단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70여 년간 막혀있는 ‘원한의 삼팔선’이 아닌가. 지난해 북한의 잦은 핵실험으로 전쟁 위기 가능성을 점치던 남북 관계가 갑자기 해빙 분위기에 접어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통일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곧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갖가지 추측과 예언이 난무하는 가운데 역술인과 무속인들의 통일에 대한 과거 예언도 한몫하고 있다. 그중에 1983년 입적한 고승 탄허 스님의 소위 ‘월악산 예언’이 있다. “월악산 영봉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4년 이내에 통일이 된다.” 여기서 여자 임금은 박근혜고 ‘여자 임금이 나오고’를 박근혜의 퇴진으로 해석해서 앞으로 3~4년 이내에 통일이 된다는 해석이다. 그런가 하면 김일성 주석의 사망일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미리 예언해 유명해졌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잘못 짚었던 유명 무속인에 대한 재해석도 있다. 애초에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집권 중에 통일이 온다는 이야기다.

불확실한 미래가 알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점치는 일에 특히 유별나다. 조선 시대 초기 국왕이나 사대부들은 점쟁이들의 예언이나 술법을 자주 따랐다. 도읍이나 능을 정하고 국혼의 길일을 잡는 일 등에 역술인들의 역할이 컸다. 그런 선례는 신년 초에 일 년 운세를 보는 전통에까지 이어져 내가 한국 떠나기 전만 해도 토정비결을 보고 한 해 운세를 예측하는 일은 예사로운 연례행사였다. 요새는 토정비결 보는 법도 간편해져서 스마트폰 앱 장터의 토정비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고 새해 초 이 앱들의 인기는 늘 상위를 맴돈다고 한다.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견란이구시야(見卵而求時夜)’라는 구절이 있다. 견란구계(見卵求鷄)라고도 하는 이 말은 달걀을 보고 그 달걀에서 생긴 닭이 새벽을 알려주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지레짐작 또는 경솔한 판단을 하거나 너무 급히 서두르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일에는 질서와 차례가 있는 법이니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고 서두르지 말라는 교훈이다. 우리 속담에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와 통하는 말이다.



사실 이번 정상 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핵 문제와 관련한 부분은 알맹이가 없는 전철의 답습일 뿐이다.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는 공동의 목표라는 문구가 전부이고 핵심 문제인 ‘북핵 폐기’는 찾을 수 없다. 판문점선언과 과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비교하며 과거 합의문의 “표절”이라고 한 외신 보도도 있다. 예전 웬디스 햄버거 TV 커머셜 “Where’s the beef(알맹이는 어디 갔지)?”를 연상케 하고 북한의 핵 폐기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결국은 앞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게 된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북한은 이미 핵 개발이 끝난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와 그 주위에 포진한 대북 강경론자들이 용납할 리 없다. 그러기 때문에 트럼프가 핵 포기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따라 회담 중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미리 엄포를 놓는 것이다. 설사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 해도 핵 개발이 끝난 상황에서 아무 때나 핵무기 생산을 비밀리에 할 수 있으므로 핵 포기 자체도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핵 폐기 결정 후에 있을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다.

소련과의 핵 협상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해서 유명해진 ‘Trust, but verify. (믿지만 검증하자)’라는 말이 있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유행하는 캐치프레이즈는 ‘Distrust and verify. (믿지 말고 검증하자)’다. 과거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기만전술에 주목해서 하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수년 내 통일을 기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