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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하루가 내 앞에 있다’

수필가 김혜경씨, 에세이집 ‘오늘이 그런 날이다’ 발간

"살아온 삶의 행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암 완치 이후
내가 가진 모든 것,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오늘을 살려고 한다"



수필가 김혜경씨가 자신의 첫 번째 에세이집 ‘오늘이 그런 날이다’(해드림출판사)를 최근 펴냈다.

‘혼자만의 시간’, ‘그들이 남긴 자리’, ‘처음부터 그러하였듯이’, ‘생각을 바꾸는 일’ 등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살아갈 하루가 아직 내 앞에’를 비롯해 ‘주홍글씨’, ‘관계 정리의 미학’ 등 저자의 잔잔한 감수성을 감로수처럼 담아 낸 수필 60편이 실려 있다.

애틀랜타 중앙일보에 매주 글을 싣고 있는 저자는 경륜과 진솔함을 바탕에 둔 특유의 감성적 필체로 일상을 노래하듯 풀어간다. 육신이 고단한 이민생활을 살아가야 하는 동시에 안면가득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는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한올 한올 건져 내는 섬세하면서도 진지한 통찰이 돋보인다.



40대 초반인 1999년 겨울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암 판정과 5년간의 항암치료 과정에서 느낀 복잡다단한 심경, 마치 칠흑 같은 극한의 터널을 지나는 순간 느낀 불안과 고뇌, 그로부터 깨달은 바가 수필 곳곳에 서정적 어조로 배어 난다.

“예수 믿는 집안에서 태어나 죽음을 목도하는 간호사로 일했기에 죽음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가 반드시 두려움의 대상만은 아니다”라고 느끼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암 투병은 이런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죽으면 하늘나라로 간다는 생각이 있어서 두렵지 않았지만, 정작 암 선고를 받고는 내 모든 걸 다 주어도 살고 싶을 만큼, 살겠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김씨는 지난 22일 로뎀 카페에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스로 위선이라고 느껴질 때의 절망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무기력한 내 모습을 보면서 살아온 40여 년의 인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는 두려움이 강하게 엄습할 때 그의 마음을 달랜 것이 글쓰기였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오랜 염원과 갈급함도 열정을 지폈다.

“살아온 삶의 행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아직 내 감성이 살아 있구나 안도했습니다.”

완치 판정 이후, 가진 모든 것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오늘을 살려 한다는 그는 스스로 ‘행동파 낙관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런 그이기에 이제는 누군가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삶의 본질은 관계”라고 운을 뗐다. 관계에서 얻는 자족감이 행복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그리고는 “주변의 여건이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소박한 정의를 내렸다.

서울에서 태어나 간호학을 전공한 김씨는 첫사랑 남편과 함께 1981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슬하에 장성한 두 자녀가 있다. 간호사 경험을 십분 발휘해 2004년부터 애틀랜타 근교에서 양로원을 운영해왔다. 남편 성을 따르기 전 성씨는 황씨였다. 그래서 양로원에선 “황 원장”으로 불린다.

황 원장에게 ‘노년의 행복’은 무엇일까. “자식만 바라보고 산 이민 노년층일수록 상실감이 큰 것을 종종 목격합니다. 암 투병 이후 가장 나답게 사는 것, 더 얻으려 하기 전에 비우고 깨닫는 것에 삶의 초점을 맞추는 나처럼, 노인도 자기대로 살려는, 실리적이고 이기적인 행복의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김씨는 증정본 30권을 로뎀 카페에 맡겼다. 선착순으로 가져가면 된다. 기타 책 관련 문의는 이메일(adonispch@gmail.com)로 하면 된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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