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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환 칼럼]열. 내. 버.

오래전부터 고국 대한민국에는 젊은이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줄임말이 대유행이라고 한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준말이 문자쓰기와 또는 자기네들끼리 주고받는 말을 옆에서 듣거나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무슨말뜻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몇자만 나열해보자. 갑분꽃, 갑분싸, 지알못, 우유남 등등 이렇게 준말을 우리네가 알턱이 없다.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자기네들 끼리 아주 즐거워한다. 지하의 세종대왕님이 들으시면 대노할듯하다. 먼저 갑분꽃은 갑자기 분위를 환하게 만들 때의 준말이고,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이야기나 상황일 때, 지알못은 자기도 잘모르면서 아는 체를 할 때, 우유남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남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한번 흉내를 내보았다고 할까. ‘열내버’라고 나대로의 준말을 만들어 보았다. ‘열고, 내리고, 버리고’의 앞자만 쓴 것이다. 얼마 전, 아는 동향인 지인을 만났는데 자기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주위의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들으면 마음 속에 꽁하게 담고 지냈다고 한다. “한번 두고 보자”하는 마음으로 지내니 그런 것들이 계속 쌓이고 쌓여 얼굴은 항상 자기도 모르게 짜증나는 인상이었다고 한다. “아차! 이런게 모이고 모여 나중에 병의 근원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성격부터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마음속에 영양가 없는 말이나 이야기가 들리면 무조건 마음속에서 내려 놓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내보내는 식이다. 그러면서 두번 다시 생각안하니 대단한 마음의 변화와 함께 얼굴색도 환해졌다고 한다. 얼굴 표정이 갑작스레 보기에도 좋고 밝은 모습이 되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훨씬 밝고 명랑한 모습이 되고, 아주 딴판이 되어 항상 즐거운 얼굴이 되니 “남편이 왠일이야, 요즘 무슨 기쁜 일이 그렇게 가득하냐”고 물어보더란다.

많은 분들이 ‘비우고, 버리라’라는 마음의 글귀를 알려준다. 그러나 말은 쉬워도 제일 어려운 것이 ‘열고, 내리고, 버리는’ 일만큼 따라하기 어려운 것이 없겠다. 나도 꼭 그렇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얼마 안가서 또 이런 저런 일에 한참을 부딪치고 휩쓸리다 보면 저절로 똑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하긴, 성인군자가 아니다 보니 정말 어렵고 어려운 것이 실천인 듯 싶다. 간단히 말하자면 좋고 영양가 있는 것은 마음속에 담아 내 마음의 보약이 되게하고, 실익이 없는 쓸데없는 것은 듣는 즉시 내리고 버리라는 것이다. 안버리면 쓰레기를 잔뜩 끌어안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한다. 얼마 전, 누구에게 이런저런 뉴스를 보아서 알고있느냐고 물어보니 “미안하지만 난 절대 뉴스는 보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러는데”라고 물으니 매일 헐뜯고 싸우고, 총기사고 터지고 등등, 하루도 빠짐없이 골머리 아픈 뉴스는 국내외 관계없이 아예 안보는 것을 생활수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좋은 생각 보관할 곳도 좁은데 그런 잡생각 끌어안고 살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행은 어렵다고 하나 그래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만 있어도 편안하게 마음속의 안정감이 오는 걸 나 자신도 느낀다. 그 이후로는 왠만하면 실속없는 말과 이야기는 그냥 듣고 그 즉시 ‘내리고 버리고’ 생활하니 자연스레 모든게 아름답게 보여진다. 나는 가수 신유의 노래 ‘일소일소 일노일노’를 참 좋아한다. 희노애락이 얼굴 속에 모두 그려져 감출 수가 없는데/울다가도 한세상이고 웃다가도 한세상인데/욕심내봐야 소용없잖아 가지고 갈것 하나없는데… 대략 이런 가사내용이다. 마음을 열고 또 조금씩 양보하며 내려놓고, 쓸데없이 걸치고 있는 가식과 위선을 모두 버리고 좀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나아간다면 가을이 아름답게 단풍들 듯, 우리들의 마음 속도, 그리고 앞날도 단풍색처럼 멋지게 물들 것이다. 그런 보람있는 내일이 왔으면 하는 바램속에서 올해도 벌써 12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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