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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민 칼럼] 계(契)와 인간 탐욕


오래 전, 보스톤 어느 학교에서 공부할 때다. 담당 지도교수는 미국에 와 사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인들은 경제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매우 긍금해하고 있었다. 어느날 클래스 시간에 나에게 “한국인들의 경제생활의 일환으로 자금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하는가” 에 대해 물어 왔다. 사실, 한국인들도 여느 다른 이민민족들과 한가지로 세탁소, 빵가게, 음식점, 크고 작은 그로서리업, 자동차 정비, 등, 가리지 않고 종사하고 있어 특별히 말하고 싶은 소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중 문득 떠 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재정관리의 일종인 ‘계’였다.

나는 한국인들이 즐겨하는 ‘계’에 대해 이야기 했다. 회원들이 (주로 서민들이) 순번을 정해 놓은 후, 돈을 정기적으로 납입하고, 차례가 되면 그 달에 모인 일괄금액, 즉 목돈을 타 간다는 그런 방식임을 얘기했다. 그런 ‘계’ 할 때, 변호사나 사회적 법에 근거하여 룰을 만드는 것이 아닌 철저히 신용 즉, 상호 믿어주는 신뢰 하나로 하며, 고작 서류란 얼마를, 어떻게, 그리고 계돈 탈 자들의 차례나 적어 놓는 정도라 말해 주었다.

교수는 한국인들의 상호 믿어주는 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그렇게 법적 서류 한장 없이 돈을 주고 받느냐는 것이다. 변호사를 끼고, 차용증서를 만들어도 탈 나는 것이 돈에 관한 것인데, 말 한마디로 서로 믿는 가운데서 큰 돈은 아니지만, 소위 목돈을 만드는 것에 매우 신기해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부작용같은 문제점은 없느냐 한다. 당연히 있다 했다. “가끔씩 계주가 큰 분량의 액수면 돈에 탐이 나서 들고 튀기도 한다” 했다. 그 교수는 “그런 위험한 일이 벌어지는 데 왜 계를 하느냐” 묻는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계를 한다”고 대답했다. 이번에 교수는 말문이 막히는지 입만 벌렸다.

‘계’란 사실, 돈 없는 서민들이 즐겨쓰는 목돈마련 방법이다. 은행이 없던 시절에 시작된 것이 이제는 나가면 보이는 것이 은행인데도 계를 늘 한다. 상호 믿어주는 입장에서 심심풀이정도의 돈놀이라 할 수 있다. 혼수물자계, 환갑계, 여행계, 학자금계, 장례계 등 온갖 행사준비 명목으로 한다. 경제적 친목단체로서의 계는 좋다고 본다. 그리 큰 재정적 부담없이 서로믿는 가운데 돈을 모으는 것은 목돈마련의 방법일 수도 있고, 상호 친교의 방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커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매달 큰 액수를 납입하지 못해 오는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그렇고, 명확한 재정입금과 지출에 대한 이익관계가 복잡해져 가기도 하여 상호 트러블도 생기고 불신도 생겨 결국엔 다툼의 여지로 인해 파기되기 쉽다. 위에서 말 한대로 큰 돈이면 불법적 욕심이 생겨 돈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도 발생한다. 그런 입장이면 계라기 보다 이미 도박이나 투기라 할 수 있다. 아주 위험한 순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본성의 도덕적 양심이나 도리를 져 버리며 재물에 대한 욕심을 가진다 해도 그것이 자기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착오요 오산이다. 시편 39:6에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른지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말씀하고 있다. 정말 맞는 말씀이다. 부정으로 하여 내것으로 거두어 들였으나 종말엔 빈손인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근래, 애틀랜타에서 백만불 넘는 큰 단위의 계 파동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 현대적 자금 축적의 계가 어찌 애틀랜타에만 일어 난다 할 수 있을까. 내가 보스톤에 살 때에도 백만불단위의 계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계주가 야반도주하여 계꾼 당사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았고, 온 한인타운이 시끄러움에 휩싸인 사건도 있었다.

사업을 하든 계를 하든, 돈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인간이 해야 할 도리다. 그래서 정당한 자금이나 방법인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돈을 인간보다 앞세우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 한다. 하나님은 우주만물 자연을 그렇게 움직이고 계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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