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서승건 칼럼] 다같이 뜻을 모아 대화 합시다

최근 한인사회에 차량 한대가 현란한 광고물을 부착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샤핑센터를 주행하며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한인 가정이 자신의 차량에 한국의 개 도살장과 개고기 문화에 대한 강한 반대의사를 영어로 표현한 문구를 차량에 부착하고 운행중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을 놓고 합법이다, 불법이다 논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같은 한인으로서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한인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 한인사회가 유권자 등록 운동을 통해 미국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만큼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누워서 침 뱉기식의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굳이 그런 방법 밖에 없는 것인지, 한번 더 사려깊게 생각해 주길 당부하고 싶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는 오래전부터 해외 동물 애호가들의 이슈거리로 종종 등장하곤 했다. 새삼 당황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느닷없이 한인 차량이 개 도살장과 개고기 문화와 관련된 광고물을 부착하고 거리를 주행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샤핑센터 주차장에 정차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울 뿐이다. 이와 관련해 민원 전화가 한인회로 걸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서 픽업하는 과정에서 거리에 운행중인 문제의 차량을 보면서 자녀들과 미국 친구들이 부착물에 대해 물어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며 고개를 들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를 본 미국 친구들이 자녀들에게 너도 개고기를 먹냐고 물어 본다는 민원으로 한인회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 달라는 전화가 걸려 온다는 것이다.

한인회장은 이 문제로 한인회관에서 두차례 당사자와 만나 해결 방안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상호간 대화를 통한 설득력 부족으로 결론을 얻지 못한 실정이다. 대화의 기술과 방식에 관한 옛날 동화 중 공주가 밤에 뜨는 달을 따 달라며 왕과 왕비를 조르는 이야기가 있다. 고민 끝에 왕은 학식과 견문이 높은 신하에게 공주를 설득하라고 명령했다. 신하는 달은 너무 멀리 있어 갈수 없으며, 너무 커서 가져올 수도 없다고 설득했으나 공주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광대가 공주에게 물었다. 달은 어떻게 생겼으며, 무슨 색깔이고, 얼마나 큰가하고 말이다. 공주는 동그랗고 황금빛에 손톱만 하다고 설명했다. 광대는 손톱만한 황금으로 만든 달을 갖다 주었다. 그럼에도 광대는 내심 걱정이 있었다. “오늘 밤에 달이 뜨면 어떻하나.” 그러나 공주는 “이가 빠지면 이가 나오듯 또 달이 나오지, 호수에도 컵에도 달은 있잖아”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시키고 논리있게 설명하고 설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정연한 대화 방식과 상대방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공감해 주는 방식의 대화가 있다.



상호간 논리로 설득하는 방식에는 견해를 좁히는데 무리가 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끝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논리가 끝까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항상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문제의 차량도 한발짝 물러서서 본인이 알리고 싶은 의미를 한인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현명한 방안을 찾는 대화의 방식도 생각해 주길 바란다.

문제의 차량이 펼치는 퍼포먼스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일탈로 보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한인사회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힘들게 쌓아온 위상이 격하되고, 무엇보다도 우리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잘못된 이미지가 걱정이다. 우리 자녀들이 성장하고 활동하게 될 사회생활에 자칫 잘못된 영향이 미칠까 걱정이 앞선다. 나와는 상관없고 무관한 문제라고 회피하고 지나칠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인사회가 함께 문제의 차령과 대화해야 한다. 혹시 주차되어 있는 문제의 차량을 보게 될 경우 한마디의 대화를 통해 ‘다른 좋은 방안을 강구해 보자’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를 대신한 애틀랜타 총영사관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 방안을 강구할 이유가 충분하다. 문제의 차량에는 대한민국 태극기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부착되어 있다. 문제의 차량이 펼치는 퍼포먼스가 어떤 이유이든, 국가의 이미지 즉, 국격(國格)을 실추시키는 모습을 총영사관이 한 개인의 사사로운 외침으로 외면하고 먼산 쳐다보듯 할수 있을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