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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씻지도, 눕지도 못해요”

장애인 대표팀 애틀랜타 훈련 실태

욕조 위 고정샤워기에 분통
혼자선 못눕는 침대엔 한숨
훈련·숙소 악조건에 사기저하


애틀랜타에서 처음으로 실시되고 있는 한국 장애인올림픽 대표팀 전지훈련이 정작 장애인들의 눈높이를 배려하지 못한 열악한 처우로 비난을 받고 있다.

다음달 7일 개막하는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지난 23일 오전 하츠필드-잭슨공항을 통해 애틀랜타에 도착한 뒤 숙소가 있는 마리에타로 옮겨 여장을 풀고 올림픽 선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곧바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시설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전지훈련이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훈련을 마친 뒤에도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운동한 뒤 몸을 씻기 위해서는 욕조를 넘어야 한다. 휠체어를 타는 선수들은 대개 씻을 때 변기에 앉아서 샤워 호스로 몸을 씻는다.

그러나 미국식 샤워대에는 욕조 위에 붙박이 샤워기가 있는 곳이 많다. 화장실은 또 바닥에 배수구가 없다. 심지어 욕조가 없는 방도 있다. 호텔 직원은 “전체 80개의 객실 중에서 장애인을 위한 객실은 6~7개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국가대표 선수는 “욕조 위에 샤워기가 있어서 욕조를 넘어야 씻을 수 있다”며 오히려 한국 태릉 선수촌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것도 도전인가 싶을 정도였다”며 “씻자니 서러움을 느꼈고 안씻자니 화가 났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는 장애인 공용화장실이 남녀 각각 1개씩 있다. 하지만 일반 장애인 화장실과는 달리 바가 한쪽에만 있어 양손으로 지탱하기 힘들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또 호텔방 침대에는 손잡이가 없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더라도, 돕는 이가 없으면 혼자 휠체어에서 내려 눕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한 선수는 “미국식 침대가 너무 높고 움푹 파여서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에도 혼자서 할 수 없어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며 선수들의 의지력만을 탓하기엔 지나치게 부실한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아침 식사 메뉴가 미국식으로 제공되는 것도 문제다. 한 선수는 “외국음식에 익숙치 않은 선수들이 식욕을 잃기도 한다”며 “나이가 있는 분이나 외국 생활을 많이 하지 못한 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선수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환영만찬과 같은 겉치레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장애인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선수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태릉 선수촌과 다른 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선수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허겸 기자·박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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