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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숨결 이어가는 명품 시계수리 삼부자

“멈춘 시계에 새 생명 불어넣어”
42년 시계수리 장인 장영규 씨
두 아들도 같은 길, 가업 대물림

장영규 장인이 시계수리를 하고 있다.

장영규 장인이 시계수리를 하고 있다.

둘째 아들(왼쪽 세번째)의 졸업식 모습.

둘째 아들(왼쪽 세번째)의 졸업식 모습.

애틀랜타 외곽 던우디 중심가에 자리한 명품시계 수리 전문점 ‘빌레스 와치 앤 쥬얼리’(Villes Watch & Jewelry Repair). 42년간 시계수리 외길을 걸어온 명인 장영규 씨가 좁은 매장 안에서 외눈 타입 확대경을 끼고 시계수리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시계수리에 인생을 걸어온 장씨의 삶의 터전이다. “한번 수리하면 금새 동이 터 올라요. 이곳에서 먹고 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간이침대와 주방시설도 갖추고 있지요.”

장씨는 한국에서 소위 잘나가는 시계수리 전문가였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시계수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냈다.

“어찌나 신기하고 멋져 보이던지 몰라요” 장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술을 연마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수업이 끝나고 가게로 찾아가 새벽까지 배우길 여러 해.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대문 서울경찰청 앞에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



수리와 판매를 병행하며 사업이 성장세를 구가하던 무렵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며 녹록지 않은 사업환경을 만났다. 장씨는 고심 끝에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1997년 이민 온 장씨가 가진 것이라곤 기술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앨라배마 버밍햄으로 건너가 새벽 6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일하는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인 가게는 영주권이 없는 장씨에게 헐값의 임금을 줬다. 그는 “1주일에 100달러 정도를 받았는데 알고 지낸 미국 기술자가 쥬얼리와 시계 중 한 가지 기술만으로도 3500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장씨는 시계수리 자격증을 공부해 6개월만에 취득했다. 미국은 장씨를 고급 기술자로 분류했기에 그가 영주권을 얻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애틀랜타 교외 지미카터 불러바드 선상에 가게를 차렸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어 밤에는 클리닝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날 한 기술자가 가장자리가 깨진 보석을 들고 왔다. 손 쓸 방법이 없다며 쩔쩔맸다. 장씨는 “색깔을 맞추기도 알을 구하기도 어려운 쥬얼리였다”며 “보석이 물리는 난집을 포도잎 문양으로 사각의 끄트머리 깨진 부분을 살짝 덮었더니 깜쪽같았다”고 했다.

입소문을 타 기술업자들의 주문이 잇따르면서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자리한 초대형 쥬얼리 도매상가 ‘어패럴마트’에 매장을 얻게 됐다. 성실함을 무기로 우직하게 쇄도하는 일들을 처리했다. “3년간 하루도 쉬지 않았어요. 오전 9시 출근해 새벽 4시까지 자리를 지켰거든요.”

9.11테러 직전 가게를 구입해 조지아주 사바나로 옮긴 장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자녀들과 재회했다. 미국에서 정착하는 사이 한국에서 중2, 중3까지 성장한 두 아들은 학교가 끝나면 가게로 찾아와 손님을 응대하며 아버지를 도왔다.

자연스레 시계수리에 관심을 갖게 된 두 아들은 나란히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있는 스위스 스와치그룹 부설 ‘니콜라스 G 하이예크 시계학교’(Nicholas G. Hayek Watchmaking School)에 진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두 아들은 현재 스와치그룹 인증시계시장(certificate watch market) 사업부문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잘 따라준 아들들이 고맙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들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문의: 770-730-9488, 2482 Jett Ferry Rd, Dunwoody, GA 30338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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