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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소년이 갱이 된 이유…‘정체성 혼란’

애틀랜타 한인 갱단 소재 다큐 화제
학교에선 ‘집단구타’, 집에서는 “공부해라”
“괴롭힘과 맞서 싸우는 그들, 갱이 되고싶지 않았다”

“부모님은 바빴다. 학교에선 늘 약자였다. 기댈 곳은 ‘우리’ 뿐이었다.”

범죄에 휘말린 애틀랜타 한인 청년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틀랜타 지역의 한인과 아시안 갱단의 일상을 다룬 영화 ‘A타운 보이즈’(A-Town Boyz)가 오는 10월 개봉한다. 유명감독 스파이크 리가 제작을 맡았고, 싱가포르 출신 유니스 라우 감독이 4년간 촬영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해리슨 김은 한때 갱(gang)으로 활동했으나, 거리의 생활을 접고 래퍼의 꿈을 키우던 중 불법무기소지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또다른 등장인물인 유진 정은 지난 2013년 폭행, 협박, 마약 판매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범죄에 빠진 이유를 ‘정체성의 혼란’에서 찾고 있다. 라우 감독은 “이들은 자라면서 늘 누군가의 괴롭힘과 싸워야 했고, 부모의 도움없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본인도 애틀랜타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음반 프로듀서로서 해리슨 김 씨와 함께 작업했던 대니 은 씨는 “처음부터 불량한 아이들이 모여서 갱단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은 씨 본인도 학창시절 한인과 아시안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매일 흑인, 백인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집단구타를 당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은씨는 “그들과 처음으로 맞서 싸운 친구가 있었다”며 “그 후 다른 아시안 친구들도 ‘이기지 못하더라도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다른 아시안 아이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가만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행동 자체를 갱이라고 부를 순 없다”는 것이 은씨의 주장이다.

이들은 자라면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당장 먹고살기에 급급한 이민자 부모는 일하느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미국 학교생활에 대해 전혀 몰랐고, 영어를 못해 자녀와 대화도 하지 못했다. 이들이 부모에게 들었던 말은 “공부해라, 숙제해라”가 고작이었다.

라우 감독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 오면 한국말과 한국식 예절을 강요받았다”며 “결국 한국 아이들은 점점 주변과 거리를 두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NBC, NPR 등에 보도되면서 주류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라우 감독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들은 모델 마이노리티(model minority·모범적 소수계)라는 선입견을 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처럼 수학문제를 풀어내고 바이올린도 기가 막히게 켜다가,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아시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우 감독은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정체성 혼란”이라며 “한인 1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녀들이 남몰래 겪는 어려움과 몸부림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주요 등장인물인 해리슨 김의 교도소 출소일인 오는 10월 개봉을 목표로 최종 편집작업이 진행중이다. 라우 감독은 “현재 최종작업을 위한 펀드레이징을 펼치고 있다”며 “아시안 젊은이들을 위한 영화에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www.atownboyzmovie.com’에서 알아볼 수 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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