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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가짜뉴스, 인간의 속성

1980년대 신문사 편집국으로 걸려 오는 전화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친구들과 내기를 했는데요, ‘수 밖에’가 아니라, 붙여 쓰는 ‘수밖에’가 맞죠?”, “1974년 서독 월드컵 득점왕이 누구였나요?” 특정 사실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이를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기사 자료집을 찾아 알려주면 수화기 너머에선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지금도 신문사로 특정 단체나 업체의 전화번호 또는 주소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온다. 흔한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검색하면 금세 알 수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이들이 신문사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려 한다. 신문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일을 다 알고 있고, 신문사야말로 정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인터넷•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신문•방송은 사실상 뉴스와 정보의 독점적 공급자였다. 특히 문자로 기록에 남는 신문은 역사 교과서, 맞춤법 교본, 백과사전, 때론 법전 노릇까지 했다. "신문에 났어"라는 말은 곧 사실을 의미했고, 언쟁을 하다가 “신문에서 봤는데”라고 운을 떼면 일단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요즘 미디어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숫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외려 반비례 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는 단순 실수에 의해 발생하는 오보와는 전혀 다르다. 풍자나 해학과도 거리가 멀다. 객관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대신 첨삭 가필해서 왜곡을 일삼는 것, 의도를 갖고 생산•유포되는 거짓 정보를 뜻한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거장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가짜뉴스의 매커니즘을 그린 그의 마지막 소설 '제0호'에서 음모론에 약한 인간의 속성을 보여준다. 그는 소설 속에서 "진술들은 일단 인용이 되면 사실로 바뀝니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저러저러한 의견을 말했다'는 게 하나의 사실이 된다는 것입니다"라고 꼬집는다.

거짓에 쉽게 이끌리는 인간 심리를 지적한 작가는 "음모론은 우리를 책임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음모는 사회의 편집증이 된다"면서 "참된 언론은 가짜와 조작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가짜뉴스 생산 주체와 대상은 개인과 집단으로까지 확대됐다. 가짜뉴스의 초기 형태인 유언비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 했다.

지난 7월 본격적인 재창간 준비에 들어가 9월 5일 이후 '주 5일' 빠짐 없이, 참신한 기획물과 독점적 로컬 뉴스를 확대 보강한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본사에 대해서도 음해성 유언비어가 그치질 않고 있다. "신문을 못 찍고 있다"에서부터 "시카고 지역 대표적 재력가인 모씨가 뒷돈을 댄다더라"에 이르기까지. 특히 "모씨가 중앙일보에 재창간 축하 광고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본인이 직접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해석까지 붙여 퍼뜨린 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가짜뉴스의 생산 주체는 당당하지 못하다. 누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사실 확인을 하려 들면 말끝을 흐리기 일쑤다.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을 생산 유포하는 이들은 종국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고,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건강한 사회에 가짜뉴스가 횡횡해도 민심은 동요가 없는 것처럼, 유언비어는 생명이 짧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최소한의 책임감 없이 유언비어를 만들고 퍼뜨리는 일로 삶을 소진하고 싶은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시카고 중앙일보는 한인사회 여론 수렴과 정보 전달 기능 최전선에서 비판적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유언비어•가짜뉴스의 피해 대상이 아니라 이를 바로 잡아가는 주체, 저널리즘의 원칙과 본분을 지키면서 독자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참된 언론의 위상을 지켜가고자 한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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