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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칼럼] “쇼 하고 있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조연배우가 애드리브로 “쇼하고 있네”라고 대사를 쳤다. 동료 연기자, 연출자도 이를 지적하지 못했고 그냥 방송이 되었다. 한 드라마 제작 후일담인데 너무 오래 전 작품이어서 확인은 못했다.

출처는 몰라도 제목은 들어봤을 것이다. ‘쇼 비즈니스 같은 비즈니스는 없다’ 는 노래는 1940년대 뮤지컬 ‘애니여, 총을 잡아라’ 삽입곡이다. 이 노래가 너무 유명해 아예 노래제목을 타이틀로 해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한국서는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로 의역해서 소개되었다.

쇼는 여러 용도로 쓰이는 영어다. 후자는 말 그대로 관객들 앞에서 전개하는 예능과 재주다. 전자는 어줍잖은 말이나 행동에 쏘아대는 비아냥이다.

요즘 자주 듣는 표현 중에 ‘정치쇼’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 국정감사에서 정치인들이 정부의정책이 어처구니 없다는 비판을 하기 위한 도구로 맷돌을 들고 나오거나 낙지, 벵갈 고양이를 들고 나오는 행위를 보고 “쇼하고 있다”고들 한다.



미국엔 원맨쇼가 한창이다. 짐작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쇼다. 아니, 그의 다양한 정책 예고가 쇼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특히 “비 시민권자나 불법체류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권리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속지주의’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극의 클라이막스 수준이다. 대통령직은 헌법 수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또 취임 시 그렇게 선서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모를까. 그는 무대의 조명과 관객의 눈길을 즐기는 배우 같다. 그의 취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자리가 늘 그렇긴 하지만 구설과 관심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들은 그의 속지주의 폐기 행정명령 운운에 실현 가능성 보다는 의중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당장 중간선거가 코앞이다. 연방하원 전체 435석을 새로 뽑는 선거에서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뀔 거라는 예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젊은 층의 유권자 등록, 조기투표 참여가 크게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에 낙관적인 전망은 반 트럼프 정서를 확대 해석하는 오류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2년 전 대선 초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상원은 가까스로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겠으나 하원은 물 건너 갔다”고 엄살을 부릴 때 그의 정책 지지층에 위기의식이 발동할 수 있다.

각종 반이민 정책과 이번 속지주의 폐지 무리수는 우리 같은 후기 이민자들에게는 환영 받지 못한다. 며칠 전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한 유태교당 유혈사태 희생자들 추모행사에 참석한 트럼프는 홀대를 받았다. 그의 극단적인 정책과 발언들이 증오범죄를 키웠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쇼를 멈출 것 같지 않다. 숫적 규모로나 영향력으로나 소수계 이민자 그룹을 압도하는 보수 개신교와 백인 블루칼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재결집에는 유용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는 속지주의 폐지를 고려한다면서 그 헌법조항이 ‘말도 안된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가 쇼를 하고 있건, 쇼 비즈니스를 전개 중이건, 아니면 정치쇼를 하고 있건 우리로서는 그 쇼를 즐길 수가 없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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