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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봉의 미국에서 세자녀 키우기]아이들과 함께 보는 TV

저녁을 먹고 난 뒤 많은 한인 가정이 그렇듯 우리도 애들이랑 티비를 본다.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책을 읽게 하며 정서교육를 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솔직히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딱히 할 말도 많지 않다.

아이들과 가장 많이 보는 건 코미디다.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나 시트콤은 재미있긴 하지만 애들과 같이 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주로 일본과 한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구해서 보는데 가끔 교육상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일본 코미디의 경우 가끔씩 아이들과 보기 민망한 외설적인 부분이 있고 전반적으로 가학적이다. 설정이든 그렇지 않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 곤란한 일을 겪게 하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많이 웃긴다. 집단적 괴롭힘과 몰래카메라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데 유쾌하기로 유명한 캐나다의 한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시청자를 포함한 집단이 몰래카메라의 대상인 소수의 괴로움을 보며 즐거워하는 반면 후자는 배우가 설정된 곤란함을 겪는 와중 주위 일반인들의 반응을 보는 몰래카메라다. 보고 있노라면 문화가 이렇게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를 제외하면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없기도 하고 가학적 정서가 걱정되기도 해서 한국 코미디를 보면 이것 역시 나름의 문제가 있다. 일단 공중파는 근 몇년동안 정치적 편향성이 심해지고 재미가 없어 보지 않는다. 유선방송 프로그램은 가끔 웃기기는 한데 한국 코미디의 특성상 해학과 풍자보다는 과도한 인신공격이나 인종차별적 요소가 많아 꺼리게 된다.



보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불편해지고 의문이 든다. 가끔 한번씩 그러는 것도 문제건만 매번 남녀노소가 서로 비하하고 경멸하는 게 개그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등의 이유로 타고난 외모를 조롱하고 지근지근 밟아대는 게 유머인가. 성이나 인종 등 소수자를 멸시하는 데서 웃음이 터진다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그 자체로 참담하지 않은가.

미국 코미디 작가들이 대본을 쓸 때 주의하는 금기가 있다. 신체나 용모, 성별, 인종 등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타고난 특성은 소재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유머의 종류는 슬랩스틱부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조롱, 언어유희와 반전, 풍자와 해학 등으로 다양하되 결국 유머는 인간관계의 윤활유라는 걸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을 근본적으로 경멸하는 행위는 유머가 될 수 없다.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유머에 대한 태도 하나만 놓고 봐도 그 사회의 평균적 수준이랄까 하는 것이 보인다. 타인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범위 안에서 스스로를 우습게 만들거나,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행위를 처절할 정도로 조롱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잃지 않는 데가 있는 반면, 타인을 멸시하고 있는 힘껏 깔아뭉개며 우월감을 느끼는 곳이 있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이런 면에서 성찰이 부족하다. 그 점을 고려해도 한국산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웃기 위해 잔인해져야 하는 이상한 문화랄까. 증오와 차별, 소외가 어우러진 저질개그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느니 차라리 함께 티비를 보는 시간을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관세사, 그레인저사]


봉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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