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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참사람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어쩌면 단테가 “인생길의 한 가운데서 어두운 숲속에 있는 나”라고 고백하던 그런 순간, 혹은 확신하던 내면의 가치가 회의될 때, 예상조차 못했던 세계를 향한 문이 활짝 열어젖혀진 듯한 황망한 순간에. 그러나 어두움을 인정하고 직시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밝음을 향해 나아가는 전환의 순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이 있는 자에게 두려움은 그래서 순간의 감정으로 그쳐야 한다. 바쁘게 돌아가던 인간세계가 급 브레이크로 정지된 후 인간을 제외한 모든 피조물의 세계는 오히려 정화되고 개선되어 신선해지는 징후를 보임이 바로 그 밝음이다.

이 예기치 못한 정체된 현실에 대해 불평의 언사를 멈추고 새로운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임을 인정치 못한다면 더 이상의 소통은 불가할 것이다. 인간위주의 사고로 물질만능의 판단과 적자생존에 사로잡힌 자본주의적 마음상태로 살아온 삶을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태어나서 다른 사람보다 낫게 평가 받으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편안하게 살다가 죽는 것을 성공적인 삶이라고 믿어온 인생들이 바야흐로 어두운 숲속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영어로 사람은 퍼슨(person)으로 라틴어 퍼소내어(personare)에서 유래했고, 퍼소내어의 원래 의미는 “소리를 서로에게 전해주는 통로”라고 한다. 즉 사람은 독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개체와 연관이 될 때 비로소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사고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사고에서도 찿아진다.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아프리카가 전 세계에 줄 수 있는 선물로 우분투를 언급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참 사람이 되는 게 가능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다른 사람의 필요를 위해 기꺼이 함께 가줄 수 있는 우분투의 철학과 삶의 양식을 가진다고 하였다. 우분투는 줄루인들이 쓰는 단어로 영어로 번역하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만 사람이다”는 의미다. 데스몬드 투투는 자신의 인간성도 다른 사람들과 분리할 수 없이 엮이고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우분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화가 있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부족을 연구하면서 간단한 게임을 하게 했다. 먼저 과자가 든 자루 하나를 나무 아래 놓은 다음 그로부터 백미터 거리에 출발선을 긋고 어린이들을 세웠다. 그리고 누구든지 가장 빨리 달려간 사람이 과자를 다 가질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어린이들이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섰다. 그런데 막상 출발신호를 듣고는 모두 함께 손을 잡고 나무아래까지 걸어가서 둥글게 앉더니 그 과자를 고루 나누어먹으며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그 인류학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라워하며 누구든지 빨리 달려가는 사람이 다 가질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한 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사람이 다 슬퍼하게 된다면 어떻게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겠느냐는 답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답변이 끝나자 나머지 어린이들이 모두 “우분투” 하고 외쳤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가까이에 서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섞인 보이지 않는 비말로 인해 우리에게 죽음이 임할 수 있는 현실이다. 다른 사람의 건강이 곧 나의 건강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확인하게 된 일상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과 무관하게 개체로서 존재할 수 없다. 여태껏 당연시해온 삶의 방식, 사고의 방식, 가치관의 내용을 점검하고 관심의 초점을,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려 한다면 함께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를 품고 있는 환경이 나를 통해서 더 아름답고 유익하고 건전해질 것인가를. 나는 무엇이 전달되는 통로로써 살아가고 있는 존재인가를. [종려나무교회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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