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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같은 하늘 아래

뉴욕에 사는 탈북청년 조셉 킴의 "Under the Same Sky"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13세의 나이에 아버지는 굶주림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작은 음식이라도 늘 나에게 먼저 주셨다. 어린 난 그것을 받아 먹으면서도 아버지의 배고픔, 아니 그 깊은 사랑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는 돈을 벌어오겠다고 우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마디의 소식도 없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배고픔이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장시장에서 음식을 훔치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야 했다. 제대로 옷을 챙길 수 없던 겨울은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야했다. 누이와 나는 이렇게 산다는 것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생각했다. 16세가 되던 해 겨울, 깜깜한 밤, 얼어붙은 강을 건너 우리는 국경선을 넘었다. 희망을 가지고 도착한 중국에서의 삶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만약 공안에게 잡히면 우린 다시 북한으로 송환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수개월 동안 빈집을 찾아 쪽잠을 자고 산을 배회하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았다.

누이는 중국인에게 잡혀가고, 17세가 되던 해 나는 중국에 소재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2007년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었다. 북한에 있을 당시 너무 가난해 하루 두끼 반찬 없는 식사를 했지만 그것도 건너뛰기가 일쑤였고, 농사일을 돌보느라 학교간 날보다 못간 날이 더 많았지만 간신히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에 온 후 흑인 양아버지 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양아버지는 따뜻하고 친절하셨다. 어리고 방황하는 나를 사랑의 눈으로 지켜주신 그분께 지금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미국에서의 삶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고, 추위와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단지 언어문제로 학교생활이 힘들었을 뿐 이곳 생활은 내겐 천국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서, 전혀 다른 삶이 행복하기도 했지만 슬프게도 다가왔다. 누이는 잘 살고 있을까? 어머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누이와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하이스쿨 4년을 졸업한 후 대학에서 정치철학과 국제 관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Link라는 NGO 단체의 대표로 계신 송하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친 누님같이, 때론 어머니 같이 많은 탈북인들을 위해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는 그분을 만나면서 나의 삶은 나하나만을 위해 걸어왔던 발걸음을 돌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삶으로 바뀌게 되었다. 탈북 과정과 배고픔의 시간들, 흩어져버린 가족들의 아픔, 그리고 현재 뉴욕에서 조셉 킴으로의 삶을 책으로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크리스토퍼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눈물을 쏟아내게 하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뉴욕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누나, 아직도 나는 누나를 만날 수 없네. 부디 나에게로 와줘. 누나와 함께 희망 아래 살고 싶어. 어머니, 나를 위해 여전히 기도하고 생각하리라 믿어요. 나도 엄마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요. 어디에 계세요? 내가 바라 보는 하늘은 밤하늘인데 누나와 어머니가 바라보는 하늘은 한낮의 하늘이겠죠. 우리에겐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는가 봐요." 이곳의 밤하늘은 참 맑고 아름답지만, 이렇게 이쁘다라고 생각한 밤하늘이 아직도 북한의 굶어 죽어가는, 어느 다리 밑에서 이불 하나 없이 추운 밤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겐, 이 추운 밤이 언제 깨어나서 해가 뜰까? 긴 하룻밤이 되겠구나, 생각하겠죠. 같은 밤하늘이 누군가에겐 행복이 되고, 누군가에겐 견디기 힘든 밤이 된다는 사실은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카고 문인회장)

하늘이 참 이쁘다
내가보고 있는 밤하늘
누나도 보고 있지 않을까
조셉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는 나보다 더 절실히
하늘을 바라본 것이 분명했다
우린 얼마나 이기적 이었던가
조셉의 마음 별빛으로 그립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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