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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 셔츠 왜 입나" 시카고 시비, 정치권 '불똥'

총독 항의-카운티 의장 사과-연방 하원 수사 요청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인근 공원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20대 여성과 취기 오른 60대 남성 간에 벌어진 시비가 두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항의와 사과, 입장표명으로 이어졌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계 시카고 주민 미아 아이러자리(24)는 지난달 14일 생일을 맞아 푸에르토리코 깃발과 지명이 크게 새겨진 민소매 셔츠를 입고 쿡 카운티 숲 보존지구 피크닉장을 찾았다가 시비에 휘말렸다.

생일 파티를 위해 피크닉장을 사전 예약한 아이러자리가 자리에 앉아있던 티머시 트라이버스(62)에게 비켜줄 것을 요구하자 그는 "여긴 미국이다. 너는 아무것도 빌릴 수 없다"며 호전적 반응을 보였다.

트라이버스는 "미국 시민인가" 따져 물으며 "그렇다면 왜 그런 옷을 입나. 미국에서 그런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고 꾸짖었다. 카리브해 연안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투표권이 없고 연방세를 내지 않지만, 미국 시민권을 갖는다.



아이러자리는 "사용 승인을 받았다. 물러서달라"고 요청했지만 트라이버스는 힐난을 이어갔다.

인근에 순찰 경찰관이 서있었으나 제동을 걸지 않았고, "감정이 몹시 불편하니 괴롭힘을 멈추게 해달라"는 아이러자리의 호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상황은 현장에 다른 경찰관들이 나타나고서야 달라졌다. 이들은 트라이버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아이러자리에게 장소 사용권이 있다고 설명했으나 트라이버스는 폭언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폭행 및 풍기문란 혐의로 체포됐다.

아이러자리는 이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고, 동영상은 화제를 모으며 퍼져나갔다. 트라이버스보다 더 큰 비난을 산 것은 처음부터 현장에 있던 순찰 경찰관이었다.

급기야 지난 9일 푸에르토리코 정부 수장 리카르도 로세요 총독이 트위터에 4차례나 글을 올리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로세요 총독은 동영상에 대해 "수치스럽고 충격적이며 우려스럽다"고 반응한 뒤 "워싱턴 DC의 푸에르토리코 공직자들이 지자체 당국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시민 안전을 지키기 못한 순찰 경찰관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우리가 믿는 미국이 아니다"라며 유력 정치인 토니 프렉윈클 쿡 카운티 의장을 향해 "정의와 다양성을 중시해온 프렉윈클 의장이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프렉윈클 의장은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간주하면서 "끔찍한 경험을 한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로세요 총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면서 "트라이버스의 독설은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고, 현장을 처음 목격한 순찰 경찰관이 즉각 개입했어야 한다는데에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쿡 카운티 당국은 트라이버스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검찰에 기소돼 다음달 1일 법정에 선다면서 문제의 동영상을 순찰 경찰관 교육에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제의 경찰관은 사무직으로 전환됐고, 현재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푸에르토리코계 미 연방 하원의원 루이스 구티에레즈(민주·일리노이)는 "이번 사건에 인권 침해 혐의가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방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이버스의 언행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물리적 언어적 협박을 받으며 인권을 침해 당하는 상황에서 정복 경찰관이 개입 의지를 갖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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