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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축구의 전설, 부동산 개발에 ‘골인’

프로축구 출신, 호텔 쇼핑몰 등 대단위 개발 진두지휘
공사부터 개발 노하우까지 몸으로 채득…라이프스타일 판매

달라스 노스 톨웨이를 타고 프리스코로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웅장한 FC 달라스 스테이디움이 나온다. 달라스 축구의 메카다. 그 앞으로 ‘월드컵 플라자’라는 상업 단지가 있다. 톨웨이를 따라 늘어선 다섯개의 건물에 식당들이 즐비하다. 축구를 보러 오는 사람, 축구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 주말에 가족과 외식하러 오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이 대단위 개발을 진두지휘한 한인이 있다. 월드컵 플라자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그는 바로 프로 축구선수에서 디벨로퍼로 변신한 정수길 씨(DIRA 대표)다.

“땅은 거짓말 안한다”

정수길 씨는 달라스 한인 축구의 전설로 통한다. 고등학교 때 이민 와 미국 프로축구 선수로 활약한 달라스 최초의 한인이다. 유명 대학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고등학교 졸업 후 1981년 켄사스 카메츠에 입단했다. 하지만 축구 선수란 직업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다. 당시는 미국 프로축구가 인기가 없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월급도 짰다.
축구화를 벗고 뛰어든 것은 ‘세일즈’. 정말 열심히 뛰었다. 처음 6개월 동안은 실적이 거의 없었지만, 6개월 후부터는 일이 쏟아졌다. 세일즈에 자신이 붙으면서 1983년에는 어스틴에 ‘청소 회사’를 차렸다. 잘나갔다. 2,000달러를 가지고 시작한 회사가 3년 만에 어스틴 2위 청소회사로 고속 성장했다. 직원만 100명이 넘었다. 잘나갈 때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전기부품 제조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때 부동산 개발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어려운 미국인 친구를 도와줬는데, 그가 보답으로 싼 값에 건물을 넘긴 것이다. 정 대표의 말을 빌리면 100달러 가치의 건물을 20달러에 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부동산 관련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술술 풀리지만은 않았다. 결국 사업이 망하면서 쓴맛을 봤다. 일본 사람이 전자 제품의 원자재를 독점 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를 재기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부동산이다. 친구에게 싼 값에 사놓고 잊고 있었던 건물이 그를 살렸다. 그때 깨달았다. “비즈니스는 거짓말하지만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몸으로 터득한 ‘공사’와 ‘개발’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99년. 후배와 함께 달라스에 편의점을 겸한 주유소를 지었다. 어스틴에서 달라스로 출퇴근을 했다. 일주일에 4일은 달라스에 살았다. 공사부터 배웠다. 직접 삽을 들었다. 하도급 업체에도 공사장에서 일을 배우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새벽 6시부터 나와 밑바닥부터 지붕 공사까지 몸으로 배웠다. 저녁에는 도면과 씨름했다. 미국 친구에게 건축공학 관련 도서를 선물 받아 독파했다.
개발 지식도 경험을 통해 몸으로 터득했다.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위해 시청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하나하나 깨우쳤다. 특히 미국 유명 개발회사에서 일하는 친구의 도움이 컸다. 그렇게 쇼핑몰과 호텔, 병원 등을 개발해 나갔다.
그가 추진한 가장 큰 개발사업은 역시 ‘월드컵 플라자’. 아직 톨웨이도 건설되지 않았던 2005년 이곳을 찾았다. 당시는 FC 달라스 스테이디움만 덩그란히 놓여있었다. 스테이디움을 건설하고 주변 부지를 모두 소유하고 있었던 헌트 패밀리를 찾았다. 그저 쇼핑센터의 컨셉만 손으로 그려 내밀었다. 하지만 의외로 일은 ‘축구’로 풀렸다. 정 대표가 축구선수였고, 한 때 헌트패밀리의 아들이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SMU 대학에서 함께 축구를 했다는 것이 먹혀들었다. 그렇게 부지를 사고 개발을 진행했다. 그 후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생각만큼 건물이 차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터득한 믿음으로 버텼다. 바로 부동산은 최소한 ‘위치’만 좋으면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이제 3월이면 월드컵 플라자도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또 플라자 앞에는 대규모 병원의 마무리 공사도 한창이다. 한시름 덜고 다른 곳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인타운 콘도개발 ‘히트’

이제 그의 시선은 캐롤톤 한인타운에 머무르고 있다. H마트 뒤편에 ‘1100 트리니티 밀스’란 이름의 콘도미니엄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정 대표는 지금까지 습득한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을 각오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했다.
처음에는 중저가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조사결과 한인타운 3마일 안에 있는 3천개의 아파트 중 90% 이상이 차 있었다. 평범한 아파트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이 계획을 들고 캐롤톤 시를 찾았다. 하지만 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시의 주변 개발 청사진을 보여줬다. 이 지역을 명품 타운으로 만들 계획인 만큼 그에 걸맞은 프로젝트를 들고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가격부터 주방, 편의시설까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꼼꼼히 들었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데만 13개월이 걸렸다. 캐롤톤 시도 정 대표의 콘도 계획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매료됐다. 쇼룸을 연지 4주만에 전체 63%의 콘도 계약이 끝났다. ‘히트’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미국 주류사회에서만 개발을 진행해 왔다”며 “이제 그 노하우를 한인타운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봐도 ‘와우’하며 감탄사를 내뱉는 콘도를 지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매니지먼트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매달 수익의 10~15%는 적립해 콘도의 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집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이 파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콘도 하나로 인생이 180도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인생이 좀 더 즐거워질 법은 하다.


함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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