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초기 미주 한인교회의 역사(4)

수요성경공부에 얽힌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개하고 글을 맺으려고 한다.

한번은 수요성경공부가 끝난 후 김목사님이 몇몇 제직들에게 남아 줄 것을 당부했다. 김목사가 가르치고 있는 케피탈신학교에 유학 온 한 한국목사가 등록금을 낼 능력이 없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딱한 사정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와 줄 길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목사는 그 학생 목사에게 한번 방법을 강구해볼터이니 기다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김목사는 외부 집회에서 받는 사례금을 모아 딱한 신학생들을 도우는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데 지금 그 계좌가 비어있으니 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얼마간을 모았다. 김목사는 그 학생목사를 찾았으나 이미 한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초대 김상복 목사는 12년 동안 담임하면서 그의 특유한 리더십 스타일을 통해 벧엘문화의 기초를 닦아 놓는데 큰 역활을 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성과중심이 아니라 사람중심이었다.



여기서 사람중심은 관계중심을 말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는 것보다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포용하고 존중하며 공감대를 이루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이러한 리더십 스타일은 1990년 벧엘을 떠나 서울 할례루야교회의 담임을 맡아 25년간 시무하고 은퇴 할 때까지 변하지 않았음을 나는 보고 듣고 그리고 체험했다.

물론 그의 사람중심 리더심 스타일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더로서 결단을 내야 할 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면 자신의 독단적인 결단보다 공감대 형성을 통한 문제해결에 집중했다. 그의 사람중심 리더십 스타일은 목표 달성의 속도보다 목표 달성의 방법과 방향에 늘 집중되어 있었다.

사람중심 리더십은 관계를 중시했다. 김목사는 우선 담임목사와 부목사 사이의 관계에서 직책중심보다 사람중심을 중시했다. 김목사는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관계를 상하 직책 관계보다 동역 협력 관계로 목회를 진행했다. 그래서 한글 표기 규약에는 부목사로 되어있으나 영어표기 규약에는 Assistant 대신 Associat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첫 헌법과 규약은 당시 PCA교단 소속 워싱턴맥클린한인장로교회 규약을 기초로 해서 초안됐으며 1980년 3월 2일에 교인총회에서 인준됐다.

목사와 기타 목회자 조항에서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관계가 동역관계임을 강조했으며 부목사의 당회 특별회원자격권을 부여했다. 즉 “부목사는 당회의 특별회원이 되며 발언권은 있으나 투표권은 없다”로 되어있다. 당시 손인식목사와 송영선목사가 부목사로 시무했다. 손목사는 선교를, 송목사는 교육을 각각 담당했으며 당회에 참석하여 담당분야를 보고하고 안건을 제안했으며 토론에 가담했다.
사람중심 리더십은 모든 사람의 포용을 중시했다. 벧엘헌법 제1조는 벧엘교회 영문표기는 Bethel Korean Presbyterian Church로 되어있으나 한글표기는 ‘벧엘교회’로 되어있다. ‘벧엘교회’는 모든 교파의 포용을 상징하는 것이다. 당시 벧엘교회 교인의 구성은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여러 개신교 교파들뿐 아니라 가톨릭교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헌법은 교회체재를 장로교 교리에 입각한다고 선언했지만 특정한 교파를 택하지 않았다. 영어표기에 장로교 교파를 표시한 이유는 메릴랜드주 비영리 종교단체 등록에 필요한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교파에 속했던 교인들이 벧엘공동체에서 여러 해 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함으로서 큰 거부감이나 저항없이 자연적으로 장로교 체재에 흡수되어 갔다.

교회역사가 40여년이 흐르면서 벧엘은 큰 무리없이 자연적으로 장로교 체재를 구축해 나가면서 장로교 문화에 익숙해졌다. 사람중심 리더십은 공감대 형성을 중시했다. 김목사는 당회장으로 당회를 사회하다가 회의를 중단하거나 연기시킨 적이 여러번 있었다. 한 안건을 놓고 토론이 고조되어 서로간의 감정이 폭발 될 때도 있었다.

김목사는 토론을 중단시키고 잠간동안 찬송을 부르며 기도를 함께 했다. 그리하여 잠간 냉각기를 가져 각자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뒤 속회를 했다. 그래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아무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안건도 그 회기에 처리하지 않고 연기했다. 김목사의 회의운용 방법은 교인총회에서도 반영됐다. 한 안건을 두고 몇몇 교인들이 10여분이 넘게 계속 발언을 함으로서 회의진행에 지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자인 김목사는 발언을 허락했다. 지루하고 긴 회의지만 공감대 형성에 총력을 기우린 것이다.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