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국정부 누구랑 잘 알아” 자기과시 이전에 간첩죄 적용 주의해야

외국정부 에이전트 등록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도

일부 한인 중에서는 한국의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내세우거나 한국정부를 위해 구체적인 업무를 봐주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하지만, 자칫 간첩죄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괜한 과시욕이 아니라면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연방간첩법 조항(18U.S.C.951)에 따르면 외국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미국인은 반드시 외국정부 에이전트로 등록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간첩죄로 처벌받는다.

이 외국정부 에이전트 등록 조항은 실제로 외국정부로부터 고용돼 댓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스스로 외국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연방법무부에 외국정부 에이전트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기소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귀화한 이후에도 모국을 위해 간첩활동을 하는 이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며, 시민권 귀화식에서 굳이 충성의 의무 선서를 하는 또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4월26일 외국정부 에이전트 미등록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여성 마리나 부티나(30세)에게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러시아 재벌 중의 한명이자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출신인 콘스탄틴 니코라에프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총기소유자유단체 지지활동을 해왔다.

그가 미국총기협회(NRA)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는 하지만 러시아 정부와의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고 러시아 정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음에도 의외의 중형이 선고됐다.

스스로 외국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말하는 이상, 미국 입장에서는 외국정부와의 관련성을 입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가 실제 러시아 정부의 사주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민간단체 NRA와 일반적인 사업협력만을 도모했을 뿐이다.

부티나는 “외국정부 에이전트 등록조항을 전혀 몰라서 발생한 실수였으며, 누군가를 해치거나 미국의 이익을 탐한 적도 없으며, 단지 이러한 조항을 몰라서 당했을 뿐”이라고 선처를 호소했으나 법정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정이 이러한대, 스스로 한국정부 누군가를 위해 일하거나 대사관의 아는 사람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어떠한 일을 했다고 자랑하는 일은 스스로 혐의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996년 워싱턴 한인 로버트 김이 간첩죄로 9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사건의 발단은 워싱턴의 주미대사관 해군무관과의 사소한 만남이 발단이었다. 대사관 직원과의 만남은 곧 미국 정보당국의 표적이 된다.

연방수사국(FBI) 워싱턴지부 방첩본부의 브라인 듀간 부본부장은 “민간단체에서 워싱턴D.C.에 활동하는 외국간첩 숫자를 1만명으로 추론하는데, 우리는 이보다 더 작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정보당국 입장에서 가장 식별이 쉬운 외국간첩과 미국인 정보원(후에 간첩죄 기소 대상)이 바로 대사관 직원과 그들을 만나는 미국시민권자들이다.
워싱턴D.C.에는 전세계 175개국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으며, 200여개국 출신 유학생과 이민자들이 몰려 살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심심찮게 터지는 간첩사건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태동하는 것이다.
워싱턴에 1만명의 외국간첩이 있다면, 이들을 잡는 1만명 이상의 정보요원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이야기는 진위를 가리기 이전에 조심해야 할 일이며, 대사관 누군가를 통해 어떠한 일을 한다는 허풍이 진실이기 이전에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계에 대한 간첩 사건(산업 스파이 사건 포함)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중국정부가 특별히 더 많은 간첩을 미국에 파견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중갈등 와중에 미국 정보당국의 중국계 이민 커뮤니티 감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주미대사관에서 실제 간첩활동을 하는 대사관 직원들이 한인동포를 희생양으로 삼는 행동을 중단하는 일만이 최선이지만, 이들에게 희생당하는지도 모르고 연루되는 한인들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옥채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