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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변호사의 길은 다르다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0/24 07:31

판사 꿈꾸면 클럭십 비율 높은 로스쿨 지망해야
판사는 말보다 글로 견해 표현, 글쓰기 능력 중요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선발하는 한국에서는 판·검사가 함께 같은 길을 가지만, 미국에서는 명예를 중시하는 판사가 검사와 나란히 이름 걸기를 거부하며 루트 또한 전혀 다르다.

사관생도는 별을 꿈꾸고 경영학도는 CEO를 노리듯,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의 절반 정도는 검사가 아닌 판사를 지망한다. 물론 입학 후에는 비싼 학비와 학자금 부채를 고려해 고액 연봉의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일찌감치 전향하고 명예보다는 금전적 보상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에서 판사를 꿈꿀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판사가 되려면 로스쿨 입학 전 학부과정에서부터, 더 빨리는 중고교 과정에서부터 충분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연방법원(연방대법원, 연방항소법원,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개개인이 모두 헌법기관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직제 편제상 874명뿐이다. 미국 건국 이래 연방법원 판사를 지낸 인물은 3342명에 불과하다. 종신직으로 죽어서도 판사 호칭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명예를 얻는다.

보스턴 대학 로스쿨의 제이 웍슬러 교수는 “연방법원 판사는 엄청난 경쟁을 치러야 하므로 꿈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 법원이나 카운티 법원 등의 판사를 꿈꾸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한국은 과거에 사법시험과 2년 동안의 사법연수원 성적을 합산해 상위권 50명 정도를 판사로 임용했다가, 로스쿨 제도가 정착되면서 미국처럼 클럭십(Judicial Clerkship) 제도를 도입했다. 클럭십은 법원에서 로스쿨 졸업생 중 일부를 뽑아 판사의 업무를 돕는 직위로, 일종의 ‘판사보’와 같은 직책을 맡긴다. 미국 법원은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의 임기로 클럭십을 모집한다.

판사를 지망하지 않는 로스쿨 졸업생도 클럭십을 거쳤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로펌에서의 대접이 달라진다. 클럭십을 통해 법원의 판결 시스템에 정통할 수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클럭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곧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예는 거의 없지만, 클럭십을 거친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임용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 클럭십의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로스쿨 랭킹은 사실상 졸업생 중 클럭십 비율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법조계의 유별난 ‘학벌’이 형성되는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고 법조계 인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판사와 로스쿨 교수, 정치인 등의 오랜 사교 써클 내에서 클럭십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판사를 많이 배출한 로스쿨일수록 클럭십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원이 매우 한정된 연방법원 클럭십은 소수의 명문 로스쿨이 휩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방법원 판사 대부분이 명문대학 로스쿨 출신인 이유는 클럭십부터 이어진 이러한 관행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연방법원 판사를 꿈꾼다면 로스쿨 랭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명문대학 로스쿨 출신이 연방법원 클럭십에 들어가더라도 배타적인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다. 로스쿨 랭킹 1위 예일 대학의 경우 졸업생의 36%, 2위 하버드는 19%, 3위 스탠포드는 19%, 4위 시카고 대학은 15%가 연방법원 클럭십을 거친다.

연방법원보다 문호가 상대적으로 넓은 주 법원과 카운티 법원 클럭십은 명문대학 로스쿨 출신보다는 주립대학 로스쿨 출신이 훨씬 많다.

주로 플래그십 주립대학 로스쿨을 나온다면 주 법원 등의 기회가 더 많게 되는데, 대부분의 주 법원, 카운티 법원 판사가 이러한 대학 출신이라는 점도 클럭십과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클럭십을 통해 판사가 하는 업무를 접하면서 상당수의 클럭십은 판사가 될 생각을 접게 된다.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야 하는 어렵고 고독한 직업으로, 고뇌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이러한 업무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따져보는 과정이 또한 클럭십이다.

법정 드라마 속의 판사는 어쩔 수 없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며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판사는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판사는 글을 통해 명쾌한 의견을 내는 사람이지, 촌철살인 같은 말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사람이 아니다.

판사의 업무 능력을 판단하는 최고 기준 중의 하나가 바로 글쓰기 능력이기 때문에, 중고교 시절 영작문에 자신이 없는 학생이 판사를 지망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대부분의 로스쿨은 법작문과 판결문 작성을 위한 집중 세미나 코스를 개설하고, 교수들은 우수한 자질을 지닌 학생에게 법원 클럭십 추천서를 써준다.

김옥채/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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