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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미국 보호무역과 '아편전쟁'

19세기 무역을 중심으로 날로 확장해가는 유럽과 전통적 세계경제의 강국이었던 청나라 사이의 갈등은 1840년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완패하면서 '중화사상'이 마감되고 '서세동점' 즉 서양세력이 동양을 점령하는 계기를 가져온다.

아편전쟁의 배경은 무역 불균형이었다. 당시 영국은 중국에서 차를 대량으로 수입했고 중국으로는 모직물과 인도산 면화를 수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산 차에 대한 영국의 수요는 워낙 컸던데 반해, 모직물이나 면화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미미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은 늘어만 갔다.

이렇게 되자 영국은 계속 수입 초과를 은으로 메꾸게 되었고, 이 현상이 지속되자 영국은 은을 지급하는 대신 아편을 팔아 수입대금을 메꾸게 된다. 그 결과 중국은 아편중독이 심각하게 퍼지게 되었고, 강력한 아편단속 정책을 펼쳐 마약상들을 홍콩으로 쫓아냈다.

이 때 영국이 무역개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으킨 전쟁이 제1차 아편전쟁이다.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났고 '난징조약'이 체결되면서 영국은 홍콩을 분양받고 그 외 다섯개 항구를 개항 당하게 되었다. 시발점은 무역 불균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를 통한 미국노동자와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을 하나둘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도 관련이 있는 환태평양조약 추진위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하고, 미국의 주요 무역대상국인 멕시코를 향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조정하겠다고 했고,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한국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세탁기와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책정이 나오면서 무역전쟁의 분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불공정한 무역협정과 중국을 위시한 대미수출초과국들의 자국산업에 대한 편법적 지원, 그리고 환율조작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 불공정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산업이고 이에 속해 있는 중서민 노동자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편전쟁 이후 거의 18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구조적 무역 불균형으로 국가 간 갈등이 일어나는 지금의 현실이 자칫 무역전쟁, 무력충돌로 연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 상황과 차이가 많다. 당시 폐쇄적이고 무력에서도 크게 뒤쳐진 중국이 있었다면, 오늘날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과 기술개발 및 해외자본 유치, 적극적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 등 경제강국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다 국방력도 키워나가고 있어 과거 아편전쟁과 같은 일방적 굴욕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뿐 아니라 이제 세계 모든 국가들 특히 경제 20위권의 국가들은 미국과 경제적인 면에서 서로 촘촘히 얽혀 있다. 이는 미국과 다른 국가의 대치개념이 통하지 않고, 양국 간의 경제갈등은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유기적 관계로 얽혀있다는 말이다. 한국이나 중국과의 무역전쟁의 피해는 미국에게도 똑같이 올 것이다.

따라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은 정치적 구호를 위해 필요할 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미국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국이 합리적 무역정책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힘들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글로벌 협력과 자유무역 중심의 체제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바로 이 단기적 기간의 혼란으로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과 보복관세로 인한 글로벌 교역 감소, 금리 인상,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선언 이후 증시가 요동을 친 것은 결코 우연도 아니며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최운화 / 유니티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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