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배우는 마르띤의 스패니시 생활회화 <225>과거시제 2

그간 많은 중고교 학생을 가르쳐보았으나 그 총명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매일 한 시간씩 스패니시를 3~4년씩 배웠어도 할 수 있는 말이 인사와 기억하고 있는 몇 문장 뿐이다. 스패니시는 영어로 가르칠 수 없는 언어다. 칼리지를 몇 년씩 다녀도 말짱 헛일이다.

영어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고 인칭을 문장에 쓰지만 스패니시는 라틴어로 글자로 문장을 만들며 인칭 대신 인칭과 시제를 포함한 부호를 쓰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절대로 스패니시를 이해할 수 없다. 즉 스패니시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단어 같이 보이는 것의 글자 하나 하나의 의미와 품사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영어 선생들에게서 배우는 학생들이 말은 몇 마디도 못하면서 그저 시험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로 Did you have dinner? 가 정확히 스패니시로는 ¿Ceno?다.

자 이러니 스패니시의 ¿Ceno?가 어째서 영어의 위 문장과 똑같은 표현인지 누구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떡하나? 그래서 외운다.

말을 할 때 할 말을 외워두었다가 하는가? 이 세상에 할 말을 외워두었다가 하는 사람을 아무도 없다. 말은 만들어서 한다. 그런데 ¿Ceno?란 말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외우는 것이다.

지금 과거에 대해서 설명하는 중이니 시제부터 먼저 알자 ¿Ceno?는 단어가 아니고 문장이다. 문장이니 당연히 문법 인칭 시제가 다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 과거시제는 마지막 알파벳 o자 위에 찍힌 액센트가 과거시제를 나타낸다. 독자들은 액센트가 액센트지 어떻게 과거를 나타낼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스패니시의 모든 과거시제는 동사의 마지막 모음에 액센트를 찍어서 나타낸다.'

이게 법칙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어떤 문장이던지 동사의 마지막 모음에 액센트가 찍혀 있으면 '아 이 문장은 과거시제구나'라고 알아야 한다.

이런 법칙을 누구에게도 어느 책에서도 본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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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언어학자/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