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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트랜스젠더를 기다려 주자

1973년 내가 처음 미국에 도착하여 정신과 수련과정을 시작한 곳은 뉴욕시의 북쪽에 위치한 브롱크스에 있는 일반 병원이었다. 일반 응급실 옆에 따로 정신과 응급실이 있을 정도로 마약 중독이나 정신 질환으로 길거리를 떠돌다가 경찰에게 붙들려 오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나는 일생 처음으로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며, 집단 치료자로 참가하게 되었다. 짙은 화장과 가슴이 깊이 팬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여성으로 되기를 원했는지를 호소하였다.

그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이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남자들은 여성 호르몬 주사와 화장술 덕분에 구별이 힘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5~6살 때부터 남성 몸 안에 가려진 여성으로 살았노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소원은 언젠가 유럽에 가서 남성 성기를 거세시키고 여성으로 완전히 성 전화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그 후로 45년이 지났다. 내가 일하고 있는 카이저 병원에서는 이즈음 이들 트랜스젠더(Transgender)들이 원하는 성전환 수술을 해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들 어른들의 강력한 LGBTQ 운동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12~14세 정도의 청소년들 중에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어떤 원인에서인지, 자신감이 없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고 외톨이였던 이들이 유튜브나 다른 소셜 미디어에서 본 트랜스젠더들의 강한 호소력과 자신감 높은 모습에 자신의 본질이 트랜스젠더라고 믿어버리는 듯하다. 즉 자신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내가 못난 때문이 아니라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체인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에릭슨이라는 학자는 청소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간이며, 이때 올 수 있는 온갖 육체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인 변화들 때문에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두뇌의 성장 단계를 연구한 결과도 이를 밑받침하고 있다.

탄생 때부터 활발히 활동하던 아이의 감정 뇌(번연계)는 이 시기에 왕성하게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들의 영향 때문에 극도로 자극되어 있는 데 반해서 이를 제압하고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전두엽의 성능은 아직 너무도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부모님이나 치료사들에게 우리는 너무 심하게 반응하는 대신에 조용히 귀 기울여주며, 대화의 창을 열어두라고 권한다. 그들의 전두엽이 성숙되어 가면서 차츰 호르몬의 영향도 안정되고 자신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과거 나의 청소년 환자 중에는 동성애자 공황(Homosexual Panic) 때문에 심한 불안감과 죽을 것 같은 괴로움으로 고생한 소년들이 있었다. 젊은 청소년들이 스포츠나 다른 훈련 때문에 집단으로 생활하다가 보면 자연히 마음에 맞는 대상이 생겨서, 정이 가게 마련이다. 한국에서의 경우에 이들은 아마도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뒹굴기도 하며 별 생각 없이 우정을 쌓을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극심했던 이곳 미국에서의 경우, 곁에 있는 동생 친구에게 특별한 흥미를 느낀 어떤 소년은 혹시 내가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공황장애까지 경험하게 된다.

사회의 지나친 편견이나 비난이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청소년들을 얼마나 극단적인 단계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이와는 반대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강한 받아들임이 최근 많이 불안했던 청소년들의 개체감에 잘못된 소속감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많은 공공장소나, 병원, 식당의 화장실이 더 이상 남녀용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성에 대한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렇게 급하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어린 청소년들이 혼란에 고민하는 동안, 어른들이 침착하게 기다려 주자. 지나친 경악이나 벌보다는 자신감을 길러주며 그들의 성숙을 희망을 갖고 기다려 주자.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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