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이야기] 큰 것 살까 질 좋은 것 살까

일년내내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 덕에 팜스프링스 지역은 오래 전부터 시니어들의 은퇴지로 각광 받아왔다. 나이들면 찾아 오는 신경통 관절염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후라 계절에 관계없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다. 평균 연령 47세가 말해 주듯 이곳은 한마디로 시니어들의 천국이다. 따라서 시니어들의 재혼율도 미 전국 최고여서 이곳에서 사별 이혼 그리고 재혼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덕분에 우리 부부도 재혼하는 커플의 결혼식에 초대 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곳 팜데저트에서 13년간 보석숍을 하면서 젊은 커플에게 결혼 반지를 팔아 본 건 매년 손에 꼽을 정도지만 나이든 재혼 커플에 파는 일은 일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재혼 전문 보석 숍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이제 새 삶을 시작하는 젊은 신부들은 미래의 내 남편을 보고 결혼을 결심해서인지 대부분 신랑이 해주는 반지에 만족하지만 나이 든 재혼 신부는 당당히 본인이 원하는 것을 주장한다. '지금 아니면 나중에는 없다'라는 생각이 짙게 깔린 것 같다. 아마도 이들 재혼 부부들에겐 결혼은 현실일 게다.

어떤 재혼 신부는 대놓고 3캐럿은 받아야 한다고 당당히 주장해 같이 온 예비 신랑이 적잖게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젊은 커플이라면 신랑이 신부에게 "여보 내가 돈 많이 벌면 나중에 눈깔사탕만한 다이아몬드 해 줄게"라고 대포라도 칠 수 있지만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노년 커플에겐 지금이 아니면 나중엔 국물도 없어서인지 원하는 걸 받지 못하면 결혼도 불사할 태세다. 그래서 가끔은 신부 몰래 찾아와 자신의 속사정을 하소연하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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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예산에서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큰 사이즈로 살 것인지 아니면 사이즈는 적더라도 질 좋은 다이아몬드로 갈 것인지 적지 않게 고민이 된다. 1만달러가 예산이라 가정하면 질 좋은 1캐럿을 살 수도 있지만 질은 그저 그런 반면 사이즈는 1.5 또는 2캐럿까지도 살 수 있다.

많은 한국분들은 사이즈는 적더라도 질 좋은 다이아몬드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사이즈가 큰 걸 선호한다. 어떤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 딱히 말 할 수는 없지만 내 경험상 큰 사이즈를 선택한 분들의 만족감이 훨씬 크다. 다이아몬드의 질 차이는 현미경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미세한 차이기 때문에 반지에 세팅해 놓으면 질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다. 그래서큰 다이아몬드를 가진 사람이 질은 좋지만 작은 다이아몬드를 가진 사람을 압도한다. 그것이 현실인 것 같다.


해리 김 대표 / K&K파인 주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