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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시간당 몸값 '$1.19'

'대려도'라는 서울 시청 앞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잡채를 시켜주시며 많이 먹게 하셨다. 송별 점심이다. 식탁 밑으로 손을 내밀어 20달러를 건네 주며 주위를 둘러보셨다. 남대문시장 암 '달러 아줌마'에게서 환전한 돈이다.

식사 중 하시는 말씀이 "자네가 마음을 정하였다니, 가거든 한국은 잊어버리게, 말도 음식도 잊어버리게, 미국 사람이 되어 살게" 하신다. 또 "철저히 미국법을 지키고 살라"고 하며 눈물 많은 내 눈을 들여다 보신다. 직장의 수장이, 떠나는 부하 직원에게 하시는 격려 말씀이었다.

그런 후 내 운명은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남과 다를 것이 없는 한국인 중의 한 사람,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정(情)과 한(恨)을 가슴에 품고 살기를 좋아하는 탓인지 의지와 의식은 이미 한국을 떠났었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과 몸은 떠날 날이 다가오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텍사스에서 LA에 처이모가 계시다는 인연으로 가디나에 일자리를 얻어 이사를 왔다. 시간당 1달러19전(1972년), 입사 초년생으로 남가주의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입적을 했다. 내 몸값은 고작 시간당 1달러 정도였다.



"한국도, 말도, 음식도, 잊어버리게." "미국 사람이 되게." "미국법을 지키고 살게." 때론 그분과의 대화를,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그래서 지금의 내 시간당 몸값은 얼마나 될까? 내가 값을 매기지 말고 남이 매기는 값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진다. 더 좋은 자리로 옮길 때마다 연봉을 올려 받으려고 인터뷰를 하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으로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최고로 연봉을 준다고 하지만 피고용인으로서는 항상 부족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몸값을 계산하는 기준이 몇 가지가 있지 않겠나.

값을 매기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면 그 몸값은 엄청날 것이다. 값을 매기는 그 사람에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대상의 사람이라면 그 몸값은 아예 제로(Zero) 아래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웃에 홀어머니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농사를 짓고 사셨는데 그 아들이 방황하다가 돌아오면 어머니가 "이놈아 사람값 좀 하고 살아레이" 하면서 방에서 목 놓아 우시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사도신경도 못 외우며 시작한 믿음 생활이 지금은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여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내가 매기는 내 시간당 몸값은, 어떤 때는 '값이 좀 나가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시간당 몸값이 얼마나 되는가 계산하는 시간마저도 아깝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땅에서의 시간당 몸값은 상대적인 것이니 내가 불평을 안 하는 것이 지혜롭겠다. 이 땅에 와서 두 발로 걷고, 먹고, 말하며, 살다가 시간을 얼마나 누구를 위하여 썼는지 '한번 계산해 보자' 할 때가 도둑 같이 올 것이라고 성경에는 말하고 있는데….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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