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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는 즐거워] '천국'으로 갔으리라

LA 한인타운 피코와 매그놀리아 부근으로 이사한 지 20년이 됐다. 주로 라티노들이 사는 동네다.

옆 집에는 에콰도르에서 온 노인이 산다. 이 사람은 젊었을 때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다. 옛날이었으니까 그 집안이 에콰도르에서 부자였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이 노인은 장사에 재주가 있어서 공부를 접고, 봉제공장을 차렸다고 한다. 봉제산업은 집약적이다. 수많은 바느질 기술자를 고용한다. 많은 봉제공장은 시간당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 소매 하나 박는데 얼마, 단추 하나 다는데 몇 푼이라고 해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많은 여자들은 방광염을 앓는다고 전한다. 소변 마려운 것을 참고 재봉틀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에콰도르 노인은 나를 '치노'라고 놀렸다. 치노는 차이니즈 즉, 중국인이라는 뜻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다. 우리 동네에 아파트 건물 여러 채를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이 노인의 딸을 만났다. 딸은 "우리 아버지가 죽었어요"라고 했다.



나의 앞집에는 멕시칸 노부부가 산다. 금실이 좋아서 늘 앞 잔디밭에 둘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며칠 전 그 노부부의 아내가 말했다. "우리 남편이 죽었어요."

내 옆집의 옆집에 사는 필리핀 노인도 최근 죽었다. 나이가 80이 되다 보니 동창생을 비롯해 내가 알고 지내왔던 노인들이 죽어가는 것을 수시로 보게 된다.

나는 생각해 본다. 내가 알았던 노인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은 말했다. "저 악령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내가 알았던 모든 사람들이 천국으로 갔으리라고 믿는다.

천국은 넓고 크다. 모든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크다. 하느님은 옹졸하신 분이 아니다. 나도 죽으면 천국으로 갈 것이다. 틀림없이.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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