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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따뜻한 곳에 언 몸이 모인다

"날이 춥네요, 따뜻한 국물 있는 거로 주세요."

몸이 시리면 따뜻한 국물을 찾고 둘러앉을 난로에 모인다. 포장마차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김이 모락모락하는 어묵 한 꼬치를 국물에 담아 언 몸을 녹였다. 옆에 같이 서서 떠는 사람과 눈인사를 하고 그것으로도 참 따뜻했다. 꼬치를 데우던 난로는 그렇게 마음도 덥혀주었다.

추억은 항상 현실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김치찌개 냄새로 요란하던 난로 위에 도시락이 예술에 가까운 요즘 도시락보다 여전히 그립다. 난로는 타오르는 왕성한 식욕과 청춘이었다.

그때는 예배당에도 난로를 피웠다. 눈을 흠뻑 맞고 들어온 친구들이 장갑을 털어 말리고, 빨갛게 얼어버린 코끝을 들이밀며 몸을 떨던 그리 크지도 않던 예배당 난로가 있었다. 집보다는 쏘다니는 것이 좋았던 그때, 언 몸이 모이는 곳이 예배당 난로였다. 난로는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었다. 이제는 히터가 빵빵한 자동차를 타고 가벼운 외투조차 벗게 만드는 따뜻한 실내로 다닌다. 내복조차 입지 않는 이곳 LA에서는 언 바람에 깃을 세우고 떨며 쏘다닌다는 말은 사전에도 오르지 못할 말이다. 세상은 이제 정말 따뜻해진 걸까.



매년 통계가 발표되면 미국은 아름다울 미자를 쓰기에는 너무나 피투성이다. 총탄에 맞아 어이없이 죽은 친구들을 보며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다음은 내 차례인가요?"라고 피켓을 든다.

고국은 스스로 귀한 생명을 버리는 일에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노르웨이도 끔찍한 집단 총기사고로 67명의 청년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눈비를 맞고 추위에 떤다.

그래서 눈보라와 비를 피할 처마가 필요하고, 오돌오돌 떨더라도 서로를 부딪치며 손을 녹일 수 있는 난로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난로 위에는 침을 돌게 만드는 도시락이 냄새를 피워대고 주인이 건네는 따듯한 국물이 있다면 어찌 언 몸인들 쉬지 못할까.

세상이 그렇게 떨면서도 교회를 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이 오히려 헐벗고 추위에 떨고 있는 라오디게아 교회가 아닌가 눈을 뜨고 보아야 한다. 예배당 가운데 놓여만 있는 사랑의 불을 다시 지펴야 한다. 둘러앉아 까르르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 눈인사를 하고 김치가 찌개가 되는 난로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주님의 몸이다. 주님의 거룩과 정의, 끝없는 사랑과 은혜가 부글부글 끓어 모두를 덥히는 자리이다. 피투성이의 세상이 쉴 수 있는 곳. 따듯한 곳에 언 몸이 모인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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