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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다, 괜찬타카이!"

한해를 또 건넜다. 대체로 변변찮은 해를 건너, 참한 꿈을 새로이 그려볼 순백의 새해를 받은 것이다.

크고 작은 나름의 꿈은 지난 삶이 녹록치 않았거나 매워지는 듯, 할수록 크게 부풀고 조급해진다.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금세 무슨 용빼는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안달복달 애간장 태운다고 느닷없이, 복권 맞듯 호기를 맞게 되는 것도 아니다.

어째, 고달프고 뒤틀리는 일만 골라 이어지는지.



그러나 물에 빠지면 바닥까지 내려가는 지긋한 배짱이 있어야 차고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때를 잘못 만나 함박눈 쏟아질 때는 실없이 빗자루 들고 이리저리 절 마당 환칠하지 말고, 하늘 밑천 동날 때를 기다려야한다는 말도 있다.

무슨 기특한 언약이나 은총이 있는 것도 아닌 바에야, 구시렁거리지 말고 내 품 팔고 있는 곳, 내 서 있는 그곳에서 조신하라는 충고일 터이다.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때 타령 운 타령으로 시간만 죽이거나, 절망에 걸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지레 황막한 광야를 헤매지는 말아야겠다.

설령, 모든 것을 잃어도 다 잃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남의 처마 밑에 식솔들 끌고 자리 펼 막다른 처지가 아니라면, 이때다 하고 몸 살림 마음 살림 알뜰히 챙기면서 시절을 엿봐야한다.

이 해도 마음 잡도리 옹골차게 하여 나날을 살뜰히, 야무지게 경영해 나가야겠다.

"저것은 벽/ 어쩔 수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 중에서)

절망의 벽을 한 발짝씩 극복해가는 불굴의 용기와 희망을 담아, 담쟁이의 장엄한 생명력을 노래했다.

머잖아 살바람에 묻어온 봄맛을 느끼게 될 터.

봄의 전령인 매화가 온 산야에 꿈꾸듯 몽롱하고 화사하게 피어오를 테지.

매화나무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워도 봄을 다투지 않는다. 춥고 배고프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엄혹한 시련을 속히 벗어나려는 열망을 달래며 꽃으로 터질 그때를 기다리는, 인내와 단호한 결기를 지닌 매화의 품성은 엄준하고 고고하다.

기회는 준비하고 기다릴 줄 아는 자에게만 보인다.

생각은 에너지며 자석과 같다고 했으니 '긍정'이 주는 주술적(?) 힘을 믿고 정성을 다하면, 머잖아 시린 등에 온기 도는 영험도 맛보게 될 것이다.

괜찮다 싶은 구석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요즘이다.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먼저 '귀천(歸天)'한 시인 천상병도, '가서 아름다왔다라고 말하리라'든 이 딱한 지구별을 내려다보고 있겠지. 즐기던 막걸리 한 사발 쭉 하고는, 토닥토닥 안심주문을 읊조릴게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허허, "다, 괜찬타카이!"

musagusa@naver.com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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