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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변호사와 의뢰인의 인연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간다. 세월은 앞을 볼 땐 항상 제자리 같은데 뒤를 돌아보면 무척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고용주를 위한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면서 스몰비즈니스 사업주를 변론해 온 것도 17년이 돼간다. 매년 수많은 의뢰인을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떠안고 고민하고 해결해 왔다.

그런데 매년 만나게 되는 노동법 문제도 이제는 거의 공식처럼 유사하다. 오버타임, 식사 휴식 문제에서부터 노동청 감사와 상해보험 미가입 문제까지 마주하는 것들이 신기할 정도로 유사하다.

이제까지 수많은 의뢰인을 만났다. 단순히 전화로 통화하거나 1회 상담만 하고 가는 의뢰인들도 있고 케이스를 맡긴 후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만남도 일종의 인연이다. 의뢰인이 많은 변호사 중에서 하필 나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않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보려고 한 명 한 명의 케이스를 정성으로 마주한다. 의뢰인을 만나게 되는 경로는 다른 서비스 업종과 비슷하다. 사업체 광고를 통해 오는 경우, 지인 소개로 오는 경우 등이다. 이중에는 CPA의 소개로 오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의외로 구글서치를 통해 찾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러 루트를 통해 오는 의뢰인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변호사 생활 초창기, 아직 전문가라고 부르기 어색하던 시절 만났던 의뢰인들이 다시 나를 찾아 오는 경우다. 골치 아픈 문제가 또 생겨 나를 찾게 된 안타까운 사정은 있지만 나로선 나에 대한 신뢰를 갖고 오랜 기간 지내다가 문제가 생겨 다시 찾아오니 반갑고 고맙다.

올해에도 그런 의뢰인을 여러 명 재회할 수 있었다. 연방노동부 문제와 관련된 봉제공장 사장이 10여년 만에 나를 다시 찾았다. 그 역시 불경기와 의류업계 침체로 사업체 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노동법단속까지 겪은 것이다. 봉제협회에서 추천하는 변호사도, 주변에서 가보라는 다른 변호사나 브로커들도 마다하고 10여년 전 우리 사무실에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 기억나 왔다고 한다. 그가 나를 보는 순간 처음 한 말은 내가 많이 늙었다는 말이다. 너무 솔직한 말이었다. 보통 오랜만에 만나는 의뢰인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인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문 닫고 피할 걸 먼저 생각하는 게 업계의 특성인데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나를 찾아왔다. 의뢰인의 해결 의지만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게 경험으로 얻은 지론이다. 그의 의지는 강했고 그와 나는 연방노동부를 찾아 담당자와 해결의 길을 교섭했다. 결국 문제는 해결됐고 “다시 만나선 안 되겠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또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지금도 머릿속엔 문제해결을 기다리며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수많은 의뢰인들이 스쳐 지나간다. 현재 부딪힌 문제로 지난 추수감사절을 즐겁게 보낼 수 없었다는 의뢰인의 얘기를 들으면 빨리 이들을 노동법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내 책무라고 다짐한다.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에 알게 모르게 마음 고생을 하는 의뢰인들이 있다. 그런 업주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연말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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