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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건 2번 배우는 것" 누구보다 대면 수업 고대

[교육 현장에서]

지금부터 40년 전이다.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마치고 지원서를 제출하니 LA통합교육구(LAUSD)에서 인터뷰 연락이 왔다. 자그마치 여섯 명의 담당관이 쭉 둘러앉아서 질문을 했는데 나는 혹시나 잘못된 대답을 할까 봐 잔뜩 긴장했었다. 나의 긴장된 표정을 보던 한 분이 그때,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과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학생들과 함께 배운다는 태도로 교사직을 수행하면 잘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사명감을 갖고 교사직을 수행하면서 좋은 교사가 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서 담당 학생들이 학과목을 잘 배우고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는 걸 배웠다. 동시에 배움은 교과서에 소개된 내용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 자체가 배움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거리에 있는 나무들이나 자갈에서도 배움의 소재는 풍부하다. 가로수의 높이와 둘레를 센티미터, 인치, 피트로 짐작해 보고 길에 놓인 돌멩이가 공처럼 둥근지, 크기와 무게는 비례하는지 등을 관찰하는 습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 실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학생들의 배움이 진행될 수 있듯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교사 역시 배움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교육학자인 조세프 쥬베르가 말한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To teach is to learn twice)"이라는 말에 새삼 동감한다.

배우는 과정에서 교과서 외에 보조 자료를 잘 이용하는 것도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교사는 수학 과목을 좀 더 효과 있게 가르치기 위해 까미(Kami) 프로그램 사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까미 프로그램은 교사가 차트에다 문제나 숙제 혹은 그림을 미리 준비해 포스트하면 학생들은 그 문제를 풀고 스크린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올리면 된다. 교사는 각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지도방법을 연구, 실천해 보는 과정을 계속해야 하므로 보통 사람들보다 창의력과 인내심이 훨씬 더 커야 한다.



한국어 이중언어 교사가 된 지 10년쯤 되던 해에 이중언어교사 자격증(BCLAD) 시험 채점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수험생들의 한국어 듣기, 쓰기, 독해력을 평가하는 임무였다. 나는 한번도 나의 한국어 실력에 대해 평가를 한 적이 없었다. 막상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평가하자니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한국어 문법이 무척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법이 용법과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띄어쓰기도 새롭게 배웠다. 더구나 존댓말을 쓰는 경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게 무척 힘들었다. 결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서 교사인 내가 한 번 더 배우게 되었다. 배우지 않으면 바르게 가르칠 수가 없다.

팬데믹으로 학생들이 아직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없다. 교사들은 컴퓨터를 사용해 숙제도 만들고, 학부모 상담도 하고, 오픈 하우스 준비 등을 한다. 업무는 더 복잡해지고 시간은 더 많이 든다. 원격 수업 전에도 각 학생의 수준에 맞는 차트 교안을 작성하느라 방과 후 늦게까지 남아서 준비하는 것이 예사였다. 교사의 준비가 철저할수록 그 성과는 학생들의 성취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교사들의 자신감도 증가하게 된다.

한 지인 가정의 자녀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5학년인 이 학생이 속한 교육국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전에는 각자의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학교에 가서 안전거리를 지키면서 교사들과 다른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으냐고 물었더니 교실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직접 보면서 질문도 하고 얘기도 하고 어울리는 것이 더 좋다는 대답이었다.

교사의 사명은 지식의 전달과 함께, 어린이들이 장차 책임감 있고 사회에 공헌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팬데믹이 빨리 물러가는 시간을 교사들은 기다린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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