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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세계에서 '기억'이 소중한 이유…어른 울리는 '코코'

나원정 기자
나원정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1/2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8/01/25 18:21

리 언크리치 감독 단독 인터뷰
멕시코 문화 바탕한 대가족 얘기
뭉클한 감동으로 중국서도 흥행
주제가 등 오스카 2개 부문 후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멕시코 문화를 바탕으로 저승세계를 그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전세계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올해 골든글로브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장편 애니메이션상, 주제가상 등 2개 부분 후보에 오른 '코코' 얘기다. 한국에선 개봉 열흘 남짓만에 '어른 울리는 애니메이션'이란 입소문과 함께 관객 200만에 육박했다. 앞서 북미에서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중국에선 '주토피아'에 이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까지 올랐다.

이런 성적은 '코코'가 서구 문화를 탈피한 픽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코코'는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뮤지션을 꿈꾸던 멕시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저승 세계에 가 선조들을 만나며 가족애에 눈뜨는 성장담. 픽사 대표작으로 꼽히는 '토이 스토리' 2·3편과 '몬스터 주식회사'에 이어 연출을 맡은 리 언크리치(51·사진) 감독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픽사가 2년 전 인도 소년의 신화적 판타지를 그린 단편 '산제이의 슈퍼팀(Sanjay's Super Team)'에 이어 다시 새로운 문화권에 눈을 돌렸는데.

"픽사의 모든 작품은 소속 감독들의 상상력에서 튀어나온다. '산제이의 슈퍼팀'이 산제이 파텔 감독이 자신의 유년기를 담은 자전적 단편이었다면, '코코'는 내가 멕시코 최대 명절 '죽은 자들의 날(Dia de Muertos)'에 매료되면서 출발한 작품이다. 멕시코 문화권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리서치를 하면서 이 명절에 얽힌 가족애 같은 것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거라고 확신했다."

-원래 대가족 출신인가.

"나는 외동아들이고, 사촌도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구엘처럼 여러 강인한 여성들 손에서 자랐다. 작품을 준비하며 멕시코를 답사하는 동안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아이, 부모, 조부모는 물론 증조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한집에 살면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았다. 이들은 깨끗하게 꾸민 가족 묘지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가족사를 자랑스레 들려줬다. 그런 모습을 영화에 그대로 담고 싶었다."

-저승에 간 망자가 또다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설정이 가슴 아팠다.

"멕시코 사람들은 누구나 세 번 죽을 수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 죽음은 심장 박동이 멈출 때, 두 번째는 시신이 묻히고 아무도 그를 다시 볼 수 없을 때, 그리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죽음은 이승에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이가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찾아온다.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여서 '코코' 스토리의 기반으로 삼게 됐다."

-'토이 스토리' 2?3편,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이별과 공포를 다룬 데 이어 '코코'에서는 죽음을 다뤘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엔 다소 무겁고 까다로운 주제를 택해왔는데.

"픽사의 동료들과 함께 나이를 먹을수록 삶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점점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목표는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지만 보고 나서 각자 삶을 돌아보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훌륭한 보너스 아닐까.

어쩌면 '코코'는 언크리치 감독 자신에게 가장 잊지 못할 작품이 됐다. 그는 "영화가 전 세계에 개봉한 지 얼마 안 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코코'를 만든 경험을 통해 언제까지고 아버지를 기억하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내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코코'가 멕시코 역대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는데.

"멕시코 전통문화에 대한 진심이 통한 것 같아 기쁘다. 멕시코 아이들이 미구엘처럼 차려입은 사진이 첨부된 메일을 많이 받았다. 미구엘이 그렇게 많은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된 게 영광이다."

언크리치 감독은 2011년 '토이 스토리3'으로 골든글로브·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올해 '코코'로 다시 골든글로브상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품은 뭘까. "이렇게 답할 때마다 다들 놀라더라"며 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80년작 공포영화 '샤이닝'을 꼽았다. "'샤이닝'은 내가 영화감독을 꿈꾸게 한 첫 영화다. 감독의 예술성이 영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처음 호기심을 갖게 해줬다. 애니메이션 중에는 단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보다 더 상상력 넘치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는 픽사가 내년에 내놓을 '토이 스토리4'(감독 조시 쿨리)에도 '인사이드 아웃'의 피트 닥터 감독 등과 공동 원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양치기 소녀 인형 보핍의 러브스토리로 알려졌다.

"미구엘이 저승에서 동료 예술가를 만나 재능을 인정받고 격려받길 바랐는데, 프리다 칼로가 제격일 것 같았다.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이 여성 화가는 생전 공연예술을 선보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죽고 나서는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가 남긴 초현실적인 그림들을 바탕으로 영화 속 무대 예술 장면을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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