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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도시 위로 성벽같은 '수도교'를 만나다

백종춘 객원기자
백종춘 객원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4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2018/08/23 18:58

유네스코 문화유산-세고비아

총길이 2400피트, 높이 100피트에 이르는 수도교의 웅장한 모습. 도시의 어느 건축물보다 크고 오래 됐다.

총길이 2400피트, 높이 100피트에 이르는 수도교의 웅장한 모습. 도시의 어느 건축물보다 크고 오래 됐다.

꼭두각시 악사.

꼭두각시 악사.

2000년간 수로로 이용

수도교를 보고 싶었다. 로마 트라야누스 황제 때 건설된 이래 지금까지 세고비아 시내에 신선한 물을 공급하고 있는 '2000년 현역'을 만나고 싶었다. 중세의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에다 어렵사리 차를 모셔놓고, 중앙 광장으로 나섰다. 순간 턱하고 숨이 막혔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수도교는 도시에 한낮 물을 공급하는 역할이 아니라, 도시를 지키는 거대한 성채처럼 눈 앞에 다가왔다. 세고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총 길이가 약 2400피트, 최고 높이가 무려 100피트에 이르니, 도시의 어느 건물보다도 웅장하고 거대했다. 마치 도시 전체가 이 수도교의 그늘에 깃들어 있는 형세였다.

1996년 로마 유적 포로 로마노에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를 만난 이후로 로마제국에 푹 빠져 매년 휴가 때마다 혼자서 로마제국을 찾아 전 유럽을 헤매고 다녔던 한 선배는 두 권 짜리 그의 역작 '로마제국을 가다'에서 이 수도교를 이렇게 말했다. "견고하고 상쾌한 체감을 보여주는 교각, 우아하게 반복되는 아치와 검은 화강암이 주는 묵직한 질감." 그의 표현대로 수도교는 카스티야 평원에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상쾌하고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로마의 건축가들은 과다라마 산에서 채취한 검은 화강암을 다듬어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고 128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예술품을 빚어냈다. 수도교는 시내에서 11마일 떨어진 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을 끌어오기 위해 축조되었는데, 1906년까지 물을 공급해오다가 지금은 수도관이 그 위를 지나고 있다.

대성당의 귀부인, 드레스 활짝

중세의 포석이 깔린 구시가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아름답고도 웅장한 세고비아대성당에 이르렀다. 그 세련된 외관으로 '모든 성당 중의 여왕', ' 대성당의 귀부인' 이라 불린다는데, 얼핏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세인들은 드레스를 활짝 펼친 모습이라고 얘길한단다.

이 대성당은 원래 있던 것이 반란으로 파괴된 후, 카를로스 1세의 명령으로 1525년에 재건공사가 시작되었으며, 1768년에 이르러서야 완공됐다. 에스파냐 후기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은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부속 박물관에는 회화, 보물과 함께 유아의 묘비가 있다. 이 묘비는 유모의 실수로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엔리케 2세 아들의 묘비이다. 왕자를 실수로 죽게 한 유모도 즉시 그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하니, 짠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세고비아 대성당.

세고비아 대성당.

세고비아성.

세고비아성.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실제 모티브가 된 성으로 알려진 알카사르로 길을 잡았다. 중세의 골목길은 이리저리 꼬불꼬불하지만 걱정할 일이 없다. 사람 가는 곳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 그곳으로 갈테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슨 상관이랴. 예상치 않았던 곳으로 이를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여행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우리네 인생 또한 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

가는 빗줄기가 지나가는 조그만 광장에 이르렀더니, 구부정한 노사진사가 구식 은판 사진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의 세월과 같이 했을 사진기는 당장 박물관에 옮겨 놓아도 이상하지 않을, 풍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계속 지켜 보기가 민망해서 골목으로 비켜났다. 귀에 익은 멜로디에 이끌려 다가가니, 꼭두각시 인형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사람들은 인형과 그를 조종하는 여주인을 번갈아 쳐다보며 빙긋거리고 있다. 그 둘은 모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았으니.

'백설공주성' 모티브

골목을 벗어나 카스티야의 평원이 보인다 싶더니, 눈앞에 우뚝 선 알카사르가 다가왔다. 무어인들의 언어에서 기원을 가진 스페인어 알카사르(Alcazar)는 궁전 혹은 요새란 뜻. 그래서 이 성의 공식 명칭은 세고비아성(Alcazar of Segovia)이다. 주변의 넓은 벌판 위에 우뚝 솟은 궁전은 과연 별명대로 아름다웠다. 고대 로마의 요새가 있었던 자리에 12세기 알폰소 8세가 세운 후 여러 왕들이 계속 증·개축해 나간 곳이라고 한다. 260피트 높이의 망루, 궁전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움직이는 다리를 지나 성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에스파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불리지만 수많은 전쟁을 치른 요새로도 유명하다. 성 내부의 각 방에는 옛 가구와 갑옷, 무기류가 전시되어 있고 회화·태피스트리 등이 전시돼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더니, 허기가 진다. 별러 두었던 이 지방 특산 새끼돼지 요리 '꼬치니요'(Cochinillo)를 맛 볼 차례다. 골목길을 내려오는데, 나른한 카스티야 평원에 오후의 햇살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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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는

스페인 카스티야레온 지방 세고비아 주의 주도이다. 마드리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데, 과다라마 산맥 기슭 해발 3000피트 지점에 있다. 기원전 700년 무렵부터 이베리아인이 거주하였으며, 기원전 1세기 말에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1세기에 이슬람 교도가 침입, 도시가 파괴되기도 했다.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10세는 이곳을 수도로 정했다. 무슬림에 대항하여 성(Castillo)가 많이 지어져 현재의 카스티야의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대항해 시대 때 '카스티야의 빵'이 일본 나가사키로 전해져 오늘날의 카스텔라가 된 사실도 빼 놓을 수 없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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