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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4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8/08/23 20:34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긴긴 여름 끝에,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서느런 발소리가 들린다. 가을은 풍요와 조락의 계절이다. 신이 지은 풍요를 인간이 얻듯 신이 예비한 조락도 인간의 기회가 돼야 한다. 그 고독한 시간을 갈아 영혼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정결하고 단단한 성숙의 꿈을 낙엽 지는 거리에 내놓는 일. 꼿꼿하게 방황하는 일.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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