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등불 아래서] 웃풍에 떠는 교회

예전에 집을 허술하게 짓던 시절, 겨울철 웃풍이 센 집에서 자다 보면 윗목에 놓아둔 자리끼에 살얼음이 지곤 했다. 궁둥이를 붙인 아랫목은 뜨거운데 몸은 으슬으슬하고 코끝은 시렸다. 밖에서 바람이 들어오나 싶어 문틈을 수건으로 막아 보지만 별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어릴 적 웃풍이란 말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바람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웃풍이란 위아래 구분이 없는 차가운 기운을 말하는 것이었다. 집 전체가 차가운 것이다. 밖에서 들이치는 바람이야 어찌어찌 막으면 됐지만, 집 전체가 차가우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우리 신앙에도 많은 외풍이 있다. 문틈으로 거짓된 가르침이 들어오거나 구멍 뚫린 창호지로 핍박이 몰아칠 수 있다. 틈은 메우면 되고 구멍은 덧대면 된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봐도 교회가 건강해지던 시절은 거짓 가르침에 맞서 함께 틈을 메우고, 진리에 대한 핍박에 서로를 돌아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집 전체를 허술히 지으면 바람이 아니라 웃풍이 분다. 촛불도 흔들리지 않으니 바람인 줄도 모른다. 하지만 뼈 마디마디마다 시리도록 바람이 든다. 없이 살아 허술히 지은 것이야 변명할 거리라도 있지만, 있는 데도 웃풍이 부는 것은 단열재를 빼돌리고, 자재를 속이고 규정을 무시하며 집을 지었다는 말이다. 아무리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나무를 해다 넣어도 집은 추위에 떤다.

불 때는 방법을 고치고 심지어 아궁이를 보일러로 바꾸는 노력은, 필요할지는 몰라도 결국 노력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예배당을 자랑으로 여기고, 교회 이름을 명품 상표처럼 쓰며, 연보가 베일에 가린 비자금이 되는 일은 말씀을 암송하고 큐티하는 방법을 고치거나 새벽마다 기도하고, 선교 여행을 가는 것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이 새롭게 되지 않은 이들이 교리를 배우면 죽은 정통이 되고, 선행을 하면 자랑과 공로가 된다.

우리는 단열재를 빼돌리듯 회심을 빼돌리고, 값싼 자재를 쓰듯 은혜를 값싸게 이용했다. 계속 추위에 떨면서도 이불만 더 뒤집어쓸 일이 아니다. 한 곳에 몰린 온기에 모두가 궁둥이를 붙이고 살기에는 우리가 고백하는 예수님이 너무나 부요하시지 않은가. 돌이켜 힘들어도 집을 다시 지어야 한다. 예수를 믿는 데 단지 제대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지식에까지 새롭게 되어 세상을 거스르기는커녕 우리를 위한 예수를 만들고 섬기는 것이 아닌지 물어야 한다. 돈과 명예를 그리 사랑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한단 말인가.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