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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 없는 '인간 말종' 이야기·장기적출용 클론들의 사랑과 몸부림

강렬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감동을 찾는다면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아무래도 소설이다. 소설은 서늘한 머리에도 호소하지만, 뜨거운 가슴도 건드린다. 소설가, 문학평론가, 출판사 문학편집자, 서점 관계자 등 안목을 갖춘 '전문 독자'들에게 이 가을 읽을 만한 소설책 한 권씩을 추천받았다. 언제 읽어도 좋은 내 마음속의 인생소설이다. 짧은 추천 글도 받았다. 추천소설 목록과 추천 글 전문은 본지 인터넷판(joongang.join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워할 수 없는 '인간 말종' 이야기
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문학동네


'불행은 내 탓인가 사회 탓인가'를 묻는 소설 '팩토텀'은 시인이 쓴 자전 소설이다. 2005년에는 맷 딜런이 주연한 영화(우리말 제목 '삶의 가장자리')로 나왔다.

주인공을 '인간 쓰레기'로 단죄할 사람도 많으리라.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는 야비하고 치졸한 구석도 있는 무책임의 화신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쁜 주인공도 주인공은 무치(無恥)다. 헨리는 반영웅(anti-hero)이다. 우리는 헨리에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란 나머지 잠시 당황하다가 공감한다.



작품의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대 미국이다. 취업도 쉽고 해고도 쉬운 미국이었다. 주인공은 뭔가를 찾아 뉴올리언스·뉴욕·필라델피아·세인트루이스·LA 등 대도시 곳곳을 유랑했다. 이상하게도 가는 곳마다 그를 좋아하는 여성이 그를 기다렸다.

제목 '팩토텀(Factotum)'은 무슨 뜻일까. 팩토텀은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에 종사하는 남자", 잡역부라는 뜻이다. 헨리는 술과 여자, 경마에 중독됐다. 섹스에 미친 사람 같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한다. 끊임없이 회사에서 해고 당하고 또 스스로 회사를 떠난다. 항상 돈에 쪼들리지만 굶어 죽을 정도가 아닐 때는 취업에 목숨 걸지 않는다. 근무 태만에 직장 집기를 슬쩍하기는 기본. 자본가를 더 부자로 만들기 위해 직장을 제2의 가정으로 삼는 데는 전혀 관심 없었다.

헨리는 '비인간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반사회적인 인간'이다. 계속 실패한다. 노력이 부족해서? 운이 나빠서? 둘 다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글쓰기 만은 자신있다.

헨리는 찰스 부코우스키(1920~1994)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다. 부코우스키 또한 헨리처럼 항상 취한 상태였다.

미국 문학은 부코우스키를 '가장 독창적인 작가' '시인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가장 많은 시인들이 모방하는 시인'으로 평가한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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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출용 클론들의 사랑과 몸부림
나를 보내지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민음사


지난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이다. 그의 최고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성적인 문학세계를 충분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흘러간 지난날에 대한 향수와 고통, SF적인 요소, 결국은 지금 이곳으로 돌아와 우리 얘기를 하는 특유의 문학연금술 말이다.

2005년 출간돼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로 직행했고, 2010년 가슴 저릿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또 한 명의 노벨상 작가를 배출했다며 좋아했던 일본에서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현대의 영국, 헤일셤이라는 기숙 학교 출신 세 인물의 슬픈 성장기인데, 성장기라고 하기 뭣한 것이 성인이 되자마자 이들은 죽을 운명이다. 진짜 인간을 위한 장기를 생산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성숙하면 아이들의 장기적출이 연거푸 이뤄진다. 주요 장기들을 차츰 떼내 연명 가능성이 사라지면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부위별로 해체되는 듯하다. 문제는 이들이 진짜 인간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털끝만큼도 다를 게 없는 '사실상' 인간이라는 점. 짧은 평생 사랑과 배신을 진하게 경험하고(섹스도 한다), 자신의 근원, 생의 의미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매달린다. 이런 알맹이들이 1950년대 흘러간 사랑 노래인, 주디 브릿지워터가 부른 '네버 렛 미 고'에 집약돼 있다.

한데 노래가 궁금해 유튜브를 뒤졌더니 나오지 않는다. 나오기는 하는데 소설 이전부터 있었던 노래가 아니다. 소설에서 꾸며낸 노래다. 브릿지워터라는 가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래는 영화용으로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다. 가짜 노래를 진짜처럼 꾸며낸 건 이시구로의 '소설적 능청'일 것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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