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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보살에게도 감사하세요" 인터뷰 조계종연합회 총무 묘경 스님

이웃과 자연도 감사의 대상
필요 이상 사용 않는 게 중요

추수감사절을 맞아 사찰에서는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지 한인타운 웨스턴에 위치한 고려사를 찾았다. 이곳 주지인 묘경 스님은 현재 조계종연합회 총무를 역임하고 있다.

- 추수감사절에 사찰에서는 어떤 행사들을 하고 있나.

"불교에서는 추수감사절에 따로 특별한 사찰 행사는 없다. 대신 추석에 사찰 행사를 지낸다. 추수감사절과 같이 한 해를 돌아보면서 모든 것에 감사하는 의미의 행사라면 우리는 설날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설날에 신도들이 스님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스님은 신도들에게 세뱃돈을 준다. 이곳 사찰에서도 설날에 한해를 잘 지낸 것에 대한 감사를 서로에게 나눈다."

- 불교에서 감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스도교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가장 아름답고 따스한 감정이 바로 감사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만사에 감사하라고 한다. 우리에게 깨달음과 믿음을 준 부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전하는 스님들과 낳아 길러준 부모님, 도반에게 감사한다. 나아가 나를 둘러싼 모든 자연도 감사의 대상이다."

- 도반은 누구를 말하나.

"불교에서 말하는 도반은 '함께 도를 닦는 친구'를 말한다. 도를 닦는다 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여 깨우쳐 실행하는 것이다. 도반을 가진 사람은 공부의 절반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세상에서 도를 닦아 가는데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 불교에서는 이웃이 누구인가.

"성경에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했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했는데 불교에서도 같은 가르침이다. 도반이 나와 뜻이 통하여 함께 하고 싶어지는 '이웃'이라면, 나를 몹시 불편하게하여 괴로움을 주는 사람도 또한 나의 이웃이다."

- 괴로움을 주는 이웃은 어떻게 대하라고 가르치나.

"불교에서는 중생이 어려움을 당할 때 도와주는 관음보살이 있다. 그 반대로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사사건건 거슬리는 사람을 관음보살과 반대로 '역행보살'이라 한다. 그런데 나를 괴롭히는 역행보살 덕분에 내가 더 덕을 쌓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전생의 업을 녹이려면 열 개의 힘이 들어가지만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잘 견디어내면 한 개의 힘으로 전생의 업을 다 녹일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업을 녹여주기 때문에 '역행보살'에게도 감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 가르침과 통한다."

- 불교에도 '일용할 양식'에 대한 감사기도가 있나.

"불교에도 식사 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읊는 공양게송이 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몸을 살리는 약으로 삼아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자연 즉 하나의 생명인 식물(벼)에 대한 감사와 그것을 땀과 노고로 농사 진 농부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 놓인 음식들이 나의 몸을 살리는 유용한 '약'으로 귀하게 대하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 발우공양과 같이 식사 때 사용한 밥그릇을 깨끗이 남기지 말고 비우라 하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감사는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음식도 버리는 것은 물론 과식을 금한다. 흐르는 물도 주인은 없지만 결코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송광사의 구산 큰스님이 화장지를 1/4로 잘라 사용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

- 스님으로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아쉽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나이가 드신 신도들은 일요일 사찰에 와서 법회도 보고 사람과 만나 이야기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데 차편이 없어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녀가 운전을 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가 성장한 아들에게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들이 '다람쥐입니다'고 답했다. 재차 '저것이 무엇이라고?' 물었더니 아들은 '다람쥐라니까요'하고 짜증을 낸다. 어려서 자녀가 똑같은 걸 수십 번 물어도 부모는 짜증내지 않고 다 대답해 주지 않았던가."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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