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때문에 울다 웃는 깨알 산문들
시인 심보선의 달달한 산문집
"한국 처절사회라 노래방 인기"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고 우리 각자에겐 나름의 영혼이 있는 법이다. 그쪽과 이쪽의 세계는 다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완전한 타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인터랙티브하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지를 성찰한 글 77편은 잔잔한 파문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회학을 하는 좌뇌와 시를 쓰는 우뇌를 가진 필자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무덤덤하면서도 유려하게 써 내려 갔다. 굳이 거창한 영혼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담백하지만 그 울림의 여운은 잔잔하면서도 길다.
저자는 사소한 것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진리와 영혼을 꼼꼼하게 탐색하는 시인의 예민한 감수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국은 '처절사회'다. 그 증상은 절규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 노래방에 가는 거야. 노래방에서 하는 거 그게 노래냐? 절규지." 뭉크가 현대 한국 사회에 살았다면 '절규'의 화풍은 더 사실주의적이었을 테고 인물의 표정은 더 일그러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화초를 키우면서 느끼는 소확행에 대해선 "내가 화초 하나는 확실히 살리고 있잖아"라고 위안하면서도 "내가 화초 말고 누군가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의 질문으로 연결한다. 그러면서 "작다고 생각한 것은 생각보다 컸고 확실하다고 생각한 것은 생각보다 불확실했다. 그 요상함이 나는 꽤 맘에 들었다"고 만족한다.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는 "이제껏 우리 세대를 청년세대와 연결시켜 주는 게 무엇이 있었나. 우리의 지식은 낡았고 우리의 경험은 그들의 것이 될 수 없다. 꼰대 취급을 받지 않는 게 그저 최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퀸이 나타나 두 세대를 이토록 가깝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니 퀸은 영원해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은"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책에는 시와 예술에 대한 진솔한 고백도 담겨 있다. 시를 쓰는 행위는 '내가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경이와 두려움에 빠져 타자가 됨으로써 쓸 수 없는 것을 쓴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과 참여도 돋보인다.
아무리 일상사가 번잡하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어디엔가 구겨져 있을 우리의 영혼을 색출해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들여다보노라면 우리 주변 구석구석을 비추는 거울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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