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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로 삶이 더 풍성해졌어요" 시니어센터 미술교실 박영국 강사

동년배 수강생들 대상
5년째 미술 강사 봉사

그림 매개로 대화통해
고된 이민자 삶 '힐링'

은퇴 직후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듯싶지만 이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아침에 일어나 가야 할 곳이 없다는 것은 삶의 목적이 사라진 듯 공허해진다. 그러나 여기 봉사활동을 통해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이가 있다. 바로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이사장 이영송·이하시니어센터)에서 미술교실을 이끌고 있는 서양화가 박영국(72)씨가 그 주인공. 그를 만나 인생 2막을 행복하고 활기차게 사는 비법을 들어봤다.

#봉사는 내 삶의 원동력

그가 시니어센터 강사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봉사 이력은 이보다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미대 졸업 후 1975년 도미해 오티스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후 생계를 위해 페인팅, 건축업, 인쇄업, 메일링서비스 업체까지 다양한 비즈니스를 운영했다. 그리고 퇴근 후엔 당시 그가 출석했던 성당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이 그의 봉사활동의 첫걸음. 그리고 2010년 은퇴 후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렇다고 그가 시간과 돈이 넘쳐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은퇴는 당시 운영하던 비즈니스가 기울면서 떠밀리다시피 이뤄진 것이었고 그 무렵 아내까지 지병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의기소침 칩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오히려 더 활발히 커뮤니티 봉사활동에 나섰다. 2012년 남가주한인미술가협회 회장을 맡아 후배들의 권익을 도모하고 재능 있는 한인 미술학도들도 후원하기도 했다.



"봉사란 게 거창한 게 아니잖아요. 그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손 내밀어 그들과 삶을 나누는 것인데 그러다보면 오히려 봉사 하는 이가 훨씬 더 힘이 나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죠."

#나누면 행복 두 배

현재 그는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 미술교실을 맡아 강의를 하고 있다. 강사료는 물론 거마비조차 없는 무보수지만 결강 한 번 없이 강의를 해온 베테랑 강사다. 수강생은 20~30여명으로 주로 60~70대가 주를 이룬다. 한국 대학 강단에서 미대생들을 가르친 이력이 있는 그에게 동년배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게 좀 불편할 법도 싶었다.

"처음엔 그랬죠.(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믿고 따라주는 수강생들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느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물론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좋은 점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민 와 산전수전 다 겪은 동년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자기회복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봐요. 그래서 단순히 테크닉을 가르치기에 앞서 대화를 통해 수강생들의 마음부터 열게 하려 노력하죠."

그래서 그는 수업 중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수강생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미술심리 치료 효과까지 생겼다.

"많은 한인 시니어들이 젊었을 땐 돈 버느라 고생하고 은퇴 후엔 경제적으로 힘들고 외롭잖아요. 그런 마음을 수강생들 스스로가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저는 거들 뿐입니다. 그렇게 마음이 회복되면 삶이 변화하고 그러다보면 좋은 그림은 저절로 나오게 되거든요."

그의 수업은 데생, 수채화, 유화, 아크릴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1년에 두 차례 정도는 LA카운티미술관이나 게티센터를 견학해 미술을 보는 안목도 넓힌다. 또 수강생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진두지휘하는 등 그는 지금 은퇴 전보다 더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처럼 기부할 재능이 있는 이들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요. 함께 어울려 마음을 주고받으며 평생 배우는 거죠.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없다 해도 교회나 커뮤니티 곳곳을 살펴보면 뭐라도 도울 수 있는 게 있어요. 별거 아닌 일인 것 같아도 그렇게 봉사를 하다보면 인생이 한층 더 풍성해지고 의미 있어짐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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