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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떨던 지도자들 ‘코로나 확산’ 제 발등 찍었다

글로벌 이슈 되짚기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 세계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지지도가 크게 하락하는 등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 세계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지지도가 크게 하락하는 등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

트럼프·보우소나루 지지율 급락
엉터리 치료법, 대중 선동에만 집중
아베 총리도 확진자 급증으로 위기
독일 메르켈·뉴질랜드 아던은 선방
과학적 접근으로 방역 모범국 평가
후쿠야마 “선동 대신 신뢰 얻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각국 지도자들의 희비 또한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성과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입지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는 포퓰리스트 정치 지도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대표적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꼽힌다. 이들은 꼼꼼한 방역 대신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허세 섞인 대중 선동으로 화를 키우며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진 것도 코로나19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난히 이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2.7%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49.1%)에 6.4%포인트 뒤졌다. 특히 지난달 말 코로나 대응과 관련한 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은 54%, 트럼프 대통령은 34%를 기록해 무려 20%포인트 차이가 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도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주변에 권하는 등 기행을 보였다. 결국 지난달 말에는 브라질의 50여 개 보건 단체들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제소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면서다. 브라질 가톨릭 주교 150여 명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빈곤층을 외면하고 위기 대응에도 무능력하다"고 성토했다.

 지난달 말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45%)이란 응답이 긍정적(30%)이란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이처럼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일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브라질리아 시내를 돌아다녀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완쾌되긴 했지만 지난달엔 코로나에 감염되기도 했다. 그의 주변 인물 중에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영부인 미셸리 여사가 양성 판정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며 각료 중에서도 5명이나 확진자가 나왔다.

 AP통신 등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기존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개인적 판단으로 눈길을 끄는 해결책을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 사태에서도 비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에선 이달 들어 거의 매일 1000명 이상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의료 서비스를 최대한 지원하겠다. 하지만 즉시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다"며 "감염 방지책을 실시하면서 안심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못하는 오키나와(沖繩)현과 기후(岐阜)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초기 방역 실패를 거울삼아 코로나19 재확산에 철저히 대비하는 케이스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존슨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 코로나 사태로 급락했다. 존슨 총리의 느슨한 코로나 대책 때문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손을 깨끗이 씻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라"는 지침만 내렸을 뿐 다른 나라와 달리 휴교나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4월 코로나19가 영국에서 크게 확산됐고 총리까지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존슨 총리는 공개적으로 초기 방역 실패를 인정했다. 최근엔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볼링장 등 대중 시설에 대한 봉쇄 완화 조치를 미뤘다.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 악화되자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집단 면역을 실험했던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도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상대적으로 코로나 대책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의 선방에는 메르켈 총리가 물리학 박사 출신이란 배경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중 선동보다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코로나 문제 해결에 노력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신규 확진자 증가 조짐에 대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6월 8일 코로나 청정국을 선언하며 방역 모범국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아던 총리는 "언제든 다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선 우선 국민이 지도자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지도자는 선동 대신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역책을 앞세워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몰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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